탁 트인 공간… 누울 수 있는 긴 소파
커피 외에 와인·칵테일까지도 판매
고객 위주 영업… 타 브랜드와 차별화
신메뉴 개발 힘써… 중국 진출도 계획 ‘커피업계의 잔다르크’. 그의 이름 앞엔 이런 수식어가 붙어다닌다. 경쟁이 치열한 커피업계에 토종 브랜드로 도전장을 내 성공을 거둔 김은희(40) 커핀그루나루 대표의 얘기다. 커피업계의 유일한 여성 CEO인 김 대표는 21일 “고객에게 편안한 ‘쉼터’로 기억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커핀그루나루는 론칭 5년여 만에 전국 매장이 120여개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탄탄한 기초를 바탕으로 메뉴 개발부터 직원 고용까지 진두지휘하는 김 대표의 세심한 노력 덕분이다.
“고객에게 편안한 쉼터로 오랫동안 기억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김은희 커핀그루나루 대표가 매장에서 커피사업의 성공과정과 브랜드 전략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커핀그루나루 제공 |
커피 사업에 뛰어든 건 오빠인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의 영향이 컸다. 김 대표는 뚝섬 수영장에서 작은 사업을 했다가 경험 부족으로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린 뒤 원두유통업으로 커피사업의 기초를 다지기 시작했다. 커피 전문가인 박이추씨가 어느 교육원에서 강의한다는 말을 듣고 대뜸 전화를 걸어 “보수를 주지 않아도 좋으니 조교로 써달라”고 사정해 일을 배우기도 했다. 그리고 당시 경영난을 겪던 오빠를 도와 점포 개발 등의 업무를 맡으며 탐앤탐스를 성공시켰고 2007년 자신만의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커핀그루나루는 커피와 와인의 합성어인 ‘커핀’과 ‘나무 그루터기, 쉼터’를 의미하는 ‘그루나루’를 합친 말이다.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점은 커피 외에 와인과 칵테일을 판매한다는 것. 고객 편의를 위해 테이블 사이의 간격이 넓은 것도 특징이다. 대학로 등 대형 매장에는 누울 수 있는 긴 소파도 설치했다. 경쟁 업체들에게서 커핀그루나루가 공간 활용을 제대로 못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다.
김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매출에 손해를 끼치는 요인일 수도 있지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좋은 인상을 준다면 마이너스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효자 상품인 ‘허니버터브래드’는 김 대표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꿀·버터를 바른 식빵을 통째로 구워 생크림과 토핑을 얹어낸 허니버터브래드는 다른 브랜드에서도 비슷한 상품을 내놨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분기마다 신메뉴를 출시할 정도로 도전적인 그는 앞으로 중국 진출을 꿈꾼다.
김 대표의 꿈은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층을 지원하는 투자가가 되는 것이다. 그는 “20대 때 사업을 구상했지만 투자가가 없어 접었던 기억이 있다”며 “좋은 아이디어를 가졌지만 자본이 부족한 젊은층, 특히 꿈을 가진 여성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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