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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이 절경에 돌을 던지다

입력 : 2012-10-26 21:59:17 수정 : 2012-10-26 21:5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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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자행하고 있는 6번째 대멸종의 근거 도도의 노래-사라진 새 도도가 들려주는 진화와 멸종 이야기 / 데이비드 쾀멘 지음 / 이충호 옮김 / 김영사 / 3만원

데이비드 쾀멘 지음 / 이충호 옮김 / 김영사 / 3만원
아프리카에서 동남쪽 인도양으로 400㎞ 거리에는 지구에서 네 번째로 큰 섬 마다가스카르가 있다. 다시 동쪽으로 조금 더 가면 외딴 섬나라 ‘모리셔스’가 있다. 섬엔 수만 년 동안 이곳에서만 살았던 도도(Dodo)라는 이름의 날지 못하는 새가 서식했었다. 날지 못하게 된 것은 애초에 도도를 위협할 만한 포식동물이 존재하지 않아 날개가 퇴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16세기쯤 유럽인들이 섬에 상륙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도도는 인간이 들여온 가축에 의해 잡아먹혀 멸종의 길로 내몰렸고, 영원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도도의 사례는 인간 정복자에 의해 사라진 멸종 동물의 상징이 되었다. 멸종 사례는 그 이전에도 있었지만, 도도의 멸종은 호모 사피엔스가 직접 다른 종을 멸종시킨 사실을 깨닫게 해준 최초의 사례였다.

저명한 자연생태학자인 데이비드 쾀멘의 생태조사는 도도의 사례에서 그치지 않았다. 풍부한 개체수를 자랑했으나 무분별한 학살로 사라진 나그네비둘기·황조롱이 등 조류에서부터, 유럽인의 억압과 학대를 견뎌내지 못하고 멸종한 태즈메이니아 섬의 원주민들까지 사라져가는 다양한 생물의 사례를 치밀하게 추적했다.

2011년 과학전문 ‘네이처’지는 지구 역사상 6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는 연구 결과를 실었다. 지난 5억 년에 걸쳐 지구에 존재했던 5500종이 넘는 포유류 가운데 80종이 멸종됐고, 현재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종도 적지 않다고 보고했다. 양서류의 30% 이상, 포유류의 23% 이상, 조류의 12% 이상이 서식지 파괴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는 유엔환경프로그램(UNEP)의 제4차 지구환경전망 보고서(2007년 10월)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생태 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다른 데 있었다. 지난 다섯 차례의 대멸종 원인이 운석이나 혜성 충돌, 지각 변동 같은 자연 현상에 있었다면 이번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인류가 초래한 재앙이라는 것이다.

인도양 한가운데 아름답게 펼쳐진 외딴섬 모리셔스는 도도새가 멸종돼 사라진 최초의 섬이다.
인류는 이미 지난 수백 년 동안 개발과 환경 파괴로 수많은 생물을 멸종의 길로 몰아넣었으며, 인간이 이를 알아차린 첫 사례가 모리셔스 섬의 도도새였다.

이 책은 생물학계 석학 토머스 러브조이로부터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대작이라는 극찬을 받은 보고서 겸 소설이다. 이 책은 출간된 지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생태학계의 전무후무한 명저로 평가받는다. 쾀멘은 진화라는 용어를 맨 처음 사용한 다윈이 놓친 생태계 사실도 지적한 업적을 인정받는다.

급변의 과학 / 마틴 셰퍼 지음 / 사회급변현상연구소 옮김 / 궁리 / 2만8000원

스피노자상을 수상한 마틴 셰퍼가 쓴 ‘급변의 과학(Critical Transitions in Nature and Society)’은 ‘임계전이(Critical Transitions)’를 제대로 풀이한 책이다. 임계전이란 한 상태가 다른 상태로 급작스럽게 변해가는 현상. 임계전이는 그 이전과 이후의 상태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상황 급변이다.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기가 매우 어렵다.

자연계에서 특정 종의 몰락은 임계전이가 보여주는 불가역적 변화의 전형적 사례이다. 사람도 비슷하다. 통상 평범한 사람이 건달이나 범죄자가 되는 경우에 비해, 건달이 평범한 시민으로 회복하는 과정은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조짐을 감지해 임계전이로 진행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일상에도 비슷한 예가 있다. 부부싸움으로 이혼 같은 임계전이 상황이 생기기 이전에 조짐을 알아차려야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 조기 신호는 각 상황에 따라 다르다. 여러 상황에서 이런 조기 신호를 어떻게 찾아내느냐가 과학자의 임무라는 것이다. 저자는 생태계 임계전이의 조기 신호를 연구한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는다.

괴짜 생물 이야기 / 권오길 지음 / 을유문화사 / 1만3000원

‘달팽이 박사’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가 쓴 ‘괴짜 생물 이야기’도 이번 주에 나온 신간 중 주목받는 보고서다.

“주꾸미의 어미는 55일간 빨판으로 알을 닦아 주고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물을 흘려주며 알뜰살뜰 보살핀다. 그러다가 새끼가 태어나서 떠날 기미를 보이면 그 자리에서 죽고 만다. 대나무는 30년이나 60년 또는 100년을 주기로 일생에 딱 한 번 꽃을 피운 뒤 ‘개화병’에 걸려 얼마 뒤 역시 죽는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 토종 생물의 생태와 정보를 흥미롭고 치밀하게 추적했다. ‘꿈꾸는 스타일’ ‘생물의 죽살이’ ‘하늘을 나는 달팽이’ 등의 과학 저서로 유명해진 권 교수는 이 땅의 온갖 생물에 숨겨진 이야기와 함께 깊은 성찰을 전한다.

인간이 태어날 때는 모두 평발이지만 나중에 발바닥이 오목하게 들어간다는 사실부터 손가락을 꺾으면 소리가 나는 이유를 설명한다. 맹수의 제왕이지만 사냥 성공률은 20%밖에 되지 않는 호랑이의 ‘불편한 진실’과 옹고집이란 별명을 얻은 매의 고집스러운 삶도 소개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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