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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

입력 : 2012-11-02 19:51:45 수정 : 2012-11-02 19: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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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적인 詩’ 열띤 토론 국적과 세대도 뛰어넘다 “미국에선 ‘시’ 하면 굉장히 엄숙한 분위기인데, 한국 시는 변형이 많아 활기차고 변화무쌍한 것 같아요.”(요한 고란슨)

시인 최정례씨는 2006년 미국 아이오와대의 국제창작프로그램에 참여해 미국 시를 접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시를 강의한다.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당신은 한국 시인들보다 훨씬 더 실험적이잖아요. 당신이 보기에는 한국 시가 오히려 얌전하지 않은가요?”(최정례)

국적과 세대는 달라도 ‘실험적인 시’에 대한 열정은 똑같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연 ‘2012 서울작가축제’에서 만난 시인 최정례(57)씨와 미국 시인 요한 고란슨(39)은 현대시의 실험성을 놓고 열띤 대화를 나눴다. 고란슨은 스웨덴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20년 넘게 미국에 살며 영어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나는 전통엔 관심이 없고 전통을 깨는 데 관심이 있어요. 내 문학적 취향은 틀에 갇히지 않는 것이죠. 내가 좋아하는 것만 추구하다 보면 결국 주위의 작가들과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고란슨)

“한국도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전통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요. 물론 아직은 실험적 시인보다 전통을 따르는 이가 더 많긴 하죠.”(최)

고란슨은 액션북스라는 출판사에서 일하며 외국 시인들의 작품을 번역해 미국 독자한테 소개하고 있다. 액션북스가 최근 영어로 옮겨 출간한 김혜순(57) 시인의 시집 ‘전 세계 쓰레기여 단결하라’(원제 ‘당신의 첫’)는 미국에서 권위가 높은 루시앙 스트뤽 아시아문학 번역상을 받았다.

미국 시인 요한 고란슨은 얼핏 소설처럼 보이는 산문 형태의 시를 즐겨 쓴다. 가끔 영화 촬영의 기법을 시 창작에 응용하기도 한다.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실험적인 한국 시가 영어로 번역되는 건 몹시 환영할 일입니다. 한국 시인 중에서 김혜순씨와 김이듬(43)씨를 특히 좋아해요. 여성학대를 다룬 김이듬씨의 ‘히스테리아’는 다른 나라에선 볼 수 없는 정말 기괴하고 실험적인 시입니다.”(고란슨)

“나는 미국 시인 중에서 제임스 테이트(69)를 좋아해요. 한국 독자들에게도 널리 읽히길 희망해 지금 테이트의 시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있답니다. 시가 너무 어려워 혹시 실수라도 할까봐 걱정이 많아요.”(최)

고란슨은 난해한 시와 소설로 유명한 천재작가 이상(1910∼37)에 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인을 아내로 둔 병약한 지식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단편소설 ‘날개’는 1936년 발표 후 지금까지도 화제가 되는 작품이다.

“이상의 ‘날개’는 아주 흥미로워요. 언젠가 내 작품에서 ‘날개’의 내용을 차용한 적이 있는데 부인이 성매매 여성이라는 설정 탓에 오해를 받기도 했어요. 내 아내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고 정숙한 여자인데…. (웃음) 이상처럼 실험성을 추구하는 자세가 예술의 본질이라고 봅니다.”(고란슨)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건 힘들고 외로운 일이죠. 그래도 끊임없이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시인이 할 일 아니겠어요?”(최)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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