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후보 측은 5일 내부적으로 문 후보 지원 방침을 정한 뒤 언론 브리핑 일정까지 잡았다가 오후 늦게 취소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문 후보가 시도했던 두 사람의 회동도 안 전 후보가 불응하면서 불발돼 공조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안철수 캠프, 문재인 지원 발표 돌연 취소
안 전 후보는 전날 국민소통자문단과의 오찬 회동에서도 문 후보 지원 결심이 굳어져 있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문 후보를 도울 생각인데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을 고민 중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진 캠프 관계자들과의 만남에서도 캠프 관계자들은 안 전 후보에게 “5일부터는 문 후보 지원 계획을 천명해야 하고 최대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차후 ‘정치인 안철수’의 공간이 생긴다”는 취지로 보고했으며 안 전 후보는 “잘 알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캠프는 이를 긍정적 답변으로 해석하고 구체적 지원 일정을 밝히기 위한 준비 수순에 들어갔다. 언론 브리핑 자료 발송을 담당해 온 자원봉사자들도 이날부터 다시 캠프로 출근했다. 이번주 후반부터 지방유세에 돌입할 상황까지 감안해 일정기획팀장도 캠프로 출근토록 했다. 문 후보 캠프에 문 후보 유세 일정도 요청했다.
이날 오전부터 안 전 후보가 문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다는 보도가 인터넷에 퍼지기 시작했다. 문 후보와의 회동설, 저녁 지원유세설 등이 보도되자 캠프 핵심 관계자는 “너무하네…후보가 결단할 시간을 줘야지…”라며 우려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결국 오후 3시쯤 상황이 급반전하면서 오후 2시쯤 발표키로 잠정적으로 알려졌던 안 전 후보의 문 후보 지원 발표가 돌연 취소됐다.
안철수 전 대선후보 측이 5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지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취소했다. 안 전 후보가 전날 캠프 관계자들을 만난 뒤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안 전 후보는 전날 밤과 이날 오전 사이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주변 인사들은 안 전 후보가 자신을 문 후보 지지 쪽으로 몰아가려는 민주당과 문 후보 측 행태에 실망했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오전부터 민주당발로 추정되는 ‘문·안 회동’ ‘안 전 후보의 문 후보 전폭 지원’ 같은 기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안 전 후보 측의 조광희 비서실장은 이날 캠프 일부 관계자에게 ‘오전부터 온갖 설과 언플(언론플레이)이 난무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문 후보가 일방적으로 안 전 후보 자택을 찾아간 것도 안 전 후보에게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안 전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시간이 안 맞아 못 만난 것인가’라는 질문에 “지금으로선 드릴 말씀이 없고 확인한 바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회동 불발 내막을 알고 있는 또 다른 관계자는 문 후보와 안 전 후보를 싸잡아 비판해 둘 사이에 공개 못할 신경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전날 밤엔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의 전화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안 전 후보를 만난 국민소통자문단 인사는 “무당도 자기가 멍석 들고 다니면서 굿할 순 없지 않느냐. 멍석 깔아주면 한판 신명나게 하는 건데 지금 이건 멍석까지 혼자 깔라는 건지, 그런 문제가 있다”고 안 전 후보의 고민을 전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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