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시편들을 보자. 시선 이백(詩仙 李白), 시성 두보(詩聖 杜甫)와 함께 시불(詩佛)로 불리며 당나라 3대 시인으로 꼽히는 왕유(王維)의 ‘송별(送別)’은 친구와의 애틋한 이별의 정서를 잘 묘사하고 있다. “말에서 내려 이별주 따르면서 ‘어디로 가려나?’ 하고 그대에게 물었네. 그대가 하는 말 ‘뜻을 펴지 못해 종남산에 은거하러 가려네’라고 하네(下馬飮君酒 問君何所之 君言不得意 歸臥南山?).”
고려의 대표적 문인 정지상(鄭知常)의 ‘송인(送人)’ 또한 이별시의 백미로 일컬어진다. “비 갠 언덕에는 풀빛이 푸른데, 그대를 남쪽포구에서 보내며 슬픈 노래를 부르네. 대동강 물은 언제 마를 것인가, 이별의 눈물이 해마다 푸른 물결에 보태어지는구나(雨歇長堤草色多 送君南浦動悲歌 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
졸업 시즌이다.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 ‘졸업’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다. 비록 정든 친구 등과의 헤어짐은 아쉽지만 내일을 준비하는 데 마음을 다잡길 바란다. 만남은 헤어짐을,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을 정하고 있다(會者定離 離者定會)고 한다. 더 훌륭한 모습으로 재회하기 위해선 이후의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노력이 요청된다. 설원(說苑)은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자는 능히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다(無不爲者 無一能成也)”고 가르치고 있잖은가.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會者定離 離者定會 : ‘만남은 헤어짐을,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을 정하고 있다’는 뜻.
會 모일 회, 者 놈 자, 定 정할 정, 離 떠날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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