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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회자정리 이자정회(會者定離 離者定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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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2-20 21:20:01 수정 : 2013-02-20 21: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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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상봉의 기쁨과 이별의 슬픔이 뒤따른다. 이 가운데 인간의 정한(情恨)을 녹여내는 것은 이별이다. 흔히 생리사별(生離死別)이라 하여 살아 있는 사람끼리 헤어지게 되는 생이별과, 한쪽은 죽고 한쪽만 살아남아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게 되는 사별(死別)로 구분하기도 한다. 사람의 힘으로써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죽음이므로 사별이 생이별에 비해 빨리 체념할 수 있는 것이라면, 생이별은 헤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으리라는 미련 때문에 사별의 애통을 능가하는 길고 깊은 한을 남긴다.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시편들을 보자. 시선 이백(詩仙 李白), 시성 두보(詩聖 杜甫)와 함께 시불(詩佛)로 불리며 당나라 3대 시인으로 꼽히는 왕유(王維)의 ‘송별(送別)’은 친구와의 애틋한 이별의 정서를 잘 묘사하고 있다. “말에서 내려 이별주 따르면서 ‘어디로 가려나?’ 하고 그대에게 물었네. 그대가 하는 말 ‘뜻을 펴지 못해 종남산에 은거하러 가려네’라고 하네(下馬飮君酒 問君何所之 君言不得意 歸臥南山?).”

고려의 대표적 문인 정지상(鄭知常)의 ‘송인(送人)’ 또한 이별시의 백미로 일컬어진다. “비 갠 언덕에는 풀빛이 푸른데, 그대를 남쪽포구에서 보내며 슬픈 노래를 부르네. 대동강 물은 언제 마를 것인가, 이별의 눈물이 해마다 푸른 물결에 보태어지는구나(雨歇長堤草色多 送君南浦動悲歌 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


졸업 시즌이다.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 ‘졸업’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다. 비록 정든 친구 등과의 헤어짐은 아쉽지만 내일을 준비하는 데 마음을 다잡길 바란다. 만남은 헤어짐을,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을 정하고 있다(會者定離 離者定會)고 한다. 더 훌륭한 모습으로 재회하기 위해선 이후의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노력이 요청된다. 설원(說苑)은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자는 능히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다(無不爲者 無一能成也)”고 가르치고 있잖은가.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會者定離 離者定會 : ‘만남은 헤어짐을,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을 정하고 있다’는 뜻.

會 모일 회, 者 놈 자, 定 정할 정, 離 떠날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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