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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일베’ 학점 논란 숭실대의 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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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5-27 13:27:37 수정 : 2013-05-27 13:2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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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교에 칼을 꽂느냐.”

세계일보가 지난 22일자 13면에 보도한 “‘일간베스트(일베) 인증하면 학점 잘 주겠다’ 논란” 제목의 기사를 본 숭실대 홍보팀장이 폭언을 쏟아냈다. 기사는 “일베 게시판에 ‘자신이 한 사립대 교수라는 인증 사진과 함께 시험 답안지에 일베 회원임을 밝히면 성적을 잘 주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었다. 이 글은 최근 일베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면서 학내 커뮤니티에 알려졌다.

박영준 사회부 기자
전날 밤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확인한 그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인증 사진을 올린 사람이 숭실대 강사인지 확인했느냐”며 “명백한 오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튿날엔 대학 대외협력처장 명의로 ‘신속한 정정보도와 재발방지를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내왔다. 거부할 땐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와 모든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기사의 어느 부분이 잘못 됐는지에 대해선 적시하지 못했다.

공문은 또 ‘본교 강사인지 조교, 학생, 제3자인지, 현재 소속돼 있는지 등의 기본적인 사실도 배제한 채 흥미성 기사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일베에 올라온 인증 화면은 숭실대 교수와 강사 외에는 접속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학사정보시스템이다. 만일 학생이나 제3자가 해당 화면을 띄워놓고 인증 사진을 찍었다면 이는 교수나 강사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도용됐다는 의미로, 대학의 학사정보시스템 관리 소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학 측은 전후 사정을 따져 보지 않고 언론을 향해 재발 방지를 운운할 것이 아니라 내부 단속부터 할 일이다.

기사가 나간 뒤 숭실대 학내 커뮤니티에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학 측은 무엇이 두려운지 관련 기사가 나간 이후 논란이 된 학내 커뮤니티 ‘익명게시판’을 아예 폐쇄했다. 사건 진상 파악에 나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건전한 비판을 차단한 셈이다.

공문 내용처럼 숭실대가 ‘재학생과 동문, 교직원의 명예’를 생각한다면 언론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학생에게 적의를 드러낼 게 아니라 철저한 진상조사부터 해야 한다. 

박영준 사회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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