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홈런·삼진 등만 수치로
맞혀잡는 투수엔 불리 맹점 야구에서 투수의 능력을 평가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지표는 투수가 내준 자책점을 9이닝으로 환산해서 보여주는 평균자책점이다. 평균자책 2점대 투수는 특급, 4∼5점대는 그저 그런 투수로 평가한다.
그러나 평균자책점은 투수 개인의 능력을 완벽하게 반영하는 지표는 결코 아니다. 평균자책점에는 투수 개인의 능력과는 무관한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운이나 수비력 등을 들 수 있다.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기도 하고, 빗맞은 타구가 행운의 안타로 둔갑한다. 또한 동료 야수의 수비력에 따라 안타성 타구가 잡히기도 하고 충분히 범타로 처리할 수 있는 타구가 안타로 연결될 때도 있다.

15일 현재 올 시즌 프로야구 평균자책점 1위는 KIA의 양현종(2.30)이다. 그러나 양현종의 FIP는 3.78로 리그 16위에 불과하다. 즉 양현종은 동료 야수들의 수비 도움을 잘 받았고, 유난히 운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규정 이닝을 채운 선수 중 평균자책점 꼴찌(6.08)인 한화 이브랜드의 FIP는 3.48로 양현종보다 좋다. 이브랜드는 한화 수비진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한 데다 지지리 복도 없는 셈이다. FIP 1위는 LG의 우규민(2.87)이다. 우규민은 피홈런(2개)과 볼넷(16개)이 규정이닝을 채운 선수 중 가장 적다. 이 덕분에 FIP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물론 FIP에도 맹점은 있다. 어떤 투수도 모든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채우지는 못한다. 야구는 팀 스포츠다. 투수에게 수비 도움은 필수다. 수비력 배제에 치우치다보니 한 경기 총 아웃 카운트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삼진을 과대 평가하게 된 것이다. 즉 맞혀잡는 유형의 투수에게는 불리한 지표인 셈이다.
남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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