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유는 1987년 말 컴퓨터의 워드작업을 하면서부터로 간편성뿐만 아니라 한글이 컴퓨터 시대에 최적합한 문자임을 새삼스럽게 인식한 데서 비롯됐다. 문자의 간편성을 비교해볼 때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중국어는 9만여자, 일본어는 92자, 만국 공통어인 영어는 26자인 데 비해 한글은 24자(원래는 28자)로 그 어떤 문자도 한글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실제로 한글은 컴퓨터 자판기 속에 쏙 들어가지만 중국어나 일어는 컴퓨터나 휴대전화 자판기에 직접 배열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일어나 중국어로 작문할 때는 로마자로 음을 치고 그 음에 해당되는 단어를 띄운 후 단어를 골라 문장을 작성해야 하므로 입력 속도면에서 한글이 훨씬 빠르다.
또한 현재 로마자가 세계적으로 문자의 음성 표기로 사용되고 있으나 우리의 된소리를 내기 어렵고 또 A자 하나의 발음도 여러 개의 음(아, 어, 오, 애 등)으로 겹치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한글은 8000∼1만가지 음을 낼 수 있어 어떤 외국어의 발음도 원음에 가깝게 소리를 낼 수 있다. 이미 한글은 휴대전화나 컴퓨터에 음성인식 기능을 부여해 활용하므로 어느 문자보다 호환성의 우수함이 입증되고 있다.
이에 더해 나는 한글에 함축돼 있는 오묘함을 발견했는데 한글의 글자수 24와 지구의 자전 주기 24시간이 숫자적으로 일치하고 우리 전통 윷판의 윷밭 29개는 한글 자모 24자와 된소리 5개가 포함된 숫자와 일치한다는 점이다.
김중만 원광대 명예교수·발명가 |
이 같은 점에서 볼 때, 공휴일로 부활된 올해부터는 한글날을 한글의 세계화를 위한 기폭제 역할을 하는 날로 승화됐으면 한다. 그 실천을 위해 세계 각국에 나가 있는 공관과 문화원, 그리고 세종학당에서도 한글의 특징을 알리는 내실 있는 행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준비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겠다. 또한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에게는 한글의 간편성이나 과학성이 함축된 조형물 및 디자인 제품을 접하게 하고 이벤트를 통해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올해 한글날부터는 세종대왕의 위대한 한글창제 업적과 숭고한 애민정신을 기리고, 한글이 소중한 자산임을 일깨우기 위해 보신각을 비롯한 유관기관에서 한글의 글자수 24자를 의미하는 스물네 번의 종을 치는 행사가 전국적으로 시행됐으면 한다.
김중만 원광대 명예교수·발명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