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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논두렁 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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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05 23:18:18 수정 : 2025-03-05 23: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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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한국 축구의 심장’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FC서울과 김천 경기의 화제는 ‘잔디’였다. 양 팀 합쳐 유효슈팅이 3개일 만큼 졸전이 벌어진 이유가 곳곳이 듬성듬성 비어 있거나 움푹 파인 ‘논두렁 잔디’였기 때문이다. FC서울 주장 린가드는 방향 전환 도중 파인 잔디에 축구화가 걸려 발목을 심하게 다칠 뻔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축구장 잔디를 골프장에 비유하는 게시물을 올리며 분노했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다음날 “잔디 품질이 과도하게 손상된 상태에서 경기가 열려 선수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성명까지 냈다.

2025 K리그 개막 후 잔디 문제로 시끄럽다. 평소에도 잔디 관리가 엉망이라고 악명이 높았던 데다 경기 개막까지 2월로 앞당겨져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을 만큼 경기장들의 상태가 나빠서다. K리그 선수들은 경기 전에 “다치지 말자”는 구호를 외친다고 한다. 지난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팔레스타인과의 홈 경기를 마친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기술이 좋은 선수가 많은데 볼 컨트롤과 드리블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잔디 문제로 국제 망신도 사고 있다. 전북 현대는 오늘 시드니FC(호주)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 경기를 홈인 전주월드컵경기장이 아닌 경기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치른다. AFC 경기감독관이 전주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가 경기에 부적합하다고 판정해서다. 지난해 이라크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때도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가 나빠 용인미르스타디움으로 변경해야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 경기장들의 상태가 이 지경이라는 건 심각한 문제다.

경기장 잔디 관리의 주체는 구단이 아닌 지방자치단체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지난해 1~8월 축구경기나 콘서트 행사 등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빌려주고 82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잔디 관리에 쓰는 비용은 수입의 3%(2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구단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목소리를 높여도 결국 지자체가 나서야 해결할 수 있다. 논두렁 잔디를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 축구의 미래는 없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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