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호주에서는 일찍이 1994년 ‘창조적 국가’ 보고서를 통해 창조경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고 디자인·예술·문화 분야에서의 창조적 사고를 크게 강조하고 있다. 호주 경제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이들 분야에서의 고용 창출이 여타 분야보다 40% 더 높게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 발표에 의하면 호주는 기업가정신지수(GEDI)에서 미국, 스웨덴, 덴마크와 함께 최상위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호주도 모델로 해야 할 것인가.
김봉현 주호주대사 |
우리 교육부가 시행하는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제도는 일종의 오프라인 ‘와글와글’ 환경 조성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환경을 온라인에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 ‘quirky.com’, ‘techshop.ws’, ‘innocentive.com’ 등이다.
그러나 어려운 것은 이렇게 발굴된 아이디어를 실제 상품화하는 것이다. 호주 언론은 최근 자국의 기초과학 연구성과가 호주에서 꽃피우지 못하고 미국 실리콘밸리로 팔려나간 골수 세포를 증가시키는 요소(CSF) 사례를 집중 보도했다. CSF는 멜버른에 있는 홀 연구소의 한 과학자가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그는 이를 암치료제로 만들려 했으나 호주에서 반응이 없었다. 결국 2002년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암젠(Amgen)에 1900만달러에 팔렸고, 이 회사는 2011년 30억달러의 기업이 됐다. 국가적으로 많은 시간과 예산을 들여 이룩한 연구 성과가 창조경제로 연결되지 못한 사례이다.
창조적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고, 기업이 투자하고, 상품화되는 일련의 과정이 창조경제의 생태계이다. 국가의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 온라인 및 오프라인에서의 활발한 교류 그리고 창조적 벤처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선순환적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이다. 우리 정부가 최근 발표한 창조경제타운 조성이 바로 그런 생태계 조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의 창조경제 생태계가 외국과 접목해 간다면 그 대상이 독일이든 영국이든 아니면 호주이든 별 상관이 없지 않을까.
김봉현 주호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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