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반 ‘새 타깃층’ 급부상
1인용 가전제품·식품·음료 등 솔로 트렌드 반영한 제품 다양
“1인의 삶 공감해야 성공 가능”
7일 통계청과 업계에 따르면 2012년 기준 1인가구는 453만9000가구로 전체의 25.3%에 달했고, 이 추세라면 2020년 588만가구로 29.6%, 2030년 709만가구로 32.7%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1인가구를 새로운 소비층으로 지목하고 다양한 제품군을 쏟아내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1인가구를 겨냥한 ‘반반 트리’를 내놨다. 원통형 트리의 절반만 만들어 크기와 가격을 반으로 낮춘 것. 혼자 사는 작은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가득 채우는 대신, 트리 한쪽을 벽에 붙여서 쓸 수 있다. 이마트 크리스마스용품 이유정 바이어는 “1년여 사전기획을 통해 대형마트 최초로 기획한 만큼 저렴한 비용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형마트들은 꽤 오래전부터 요리 후 남은 재료를 처리하기 힘든 한우, 채소 등을 작은 분량으로 묶어 판매하거나, 1∼2인용 가전제품들로 나홀로족을 끌어들이고 있다. 커피전문점들도 기존에 2인 이상 먹을 수 있던 베이커리 제품의 크기를 줄이는 등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고, 혼자 즐기기 좋은 회전초밥집과 라멘집도 다시 호황기를 맞고 있다. 특히 대학가 등을 중심으로 1인 식탁을 구비한 식당도 늘고 있는 추세다.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오래전부터 나홀로족의 사랑을 받은 동네 편의점들의 진열장도 다양해지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간단한 식사대용 상품으로 100g 안팎의 소형 패스트푸드를 자체브랜드로 출시했다. 식품업계는 1인가구를 끌어들이기 위해 만두국이나 사골곰탕 등 조리가 간단하면서도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제품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업계가 1인가구에 주목하는 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결과에서 1인가구의 소비여력은 3∼4인가구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월수입에서 소비·저축이 자유로운 월가처분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1인가구가 32.9%로 3∼4인가구의 17.2%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다. 금액면에서도 1인가구의 월가처분 소득이 80만5000원으로 3∼4인가구의 73만5000원보다 많았다.
대형마트나 대기업 입장에서 1인가구가 아직은 블루오션이 아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1인가구 상품들을 자체 기획하기보다 바이어들이 제안한 상품 중에 선택해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가족 고객이 주류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신 나홀로족들은 신선, 가공식품을 제외한 패션·의류, 가전, 신발·구두, 화장품 등 대다수 물품을 대형마트가 아닌 인터넷몰에서 구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인가구의 ‘은둔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3년째 혼자 사는 직장인 박모(38)씨는 “혼자서 뭔가를 사러 다니기보다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며 “하지만 싱글족이 원하는 상품만 파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1인가구를 겨냥한 인터넷 쇼핑몰도 늘고 있지만, 결국은 1인의 삶을 이해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씨리얼과 우유를 함께 담을 수 있는 제품과 접었다 펼 수 있는 도시락통 등 1인가구에 유용한 물품 등을 파는 쇼핑몰 ‘루나 키친’, 2년 전부터 1인가구 카페를 운영한 경험으로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다룬 인터넷 매거진 ‘루머스’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루머스 운영자 옥수정(30·여)씨는 “기존에는 가족 위주 제품이 주를 이뤘지만 이젠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제품이 모인 사이트도 필요하다”며 “당장 물건을 올려서 파는 것보다 여기서 추천한 물품은 정말 1인가구에 필요하고 믿을 만하다는 신뢰도를 먼저 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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