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질병 등에도 쉽게 노출… 각종 대책 노인·여성에 치우쳐 지난 1월 부산 남부민동의 한 건물 보일러실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지 6년 만에 유골로 발견돼 세상에 충격을 던졌다. 이 남성은 2002년 함께 살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이웃·친지들과 교류 없이 고립된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에도 서울 종로구의 한 쪽방에서 김모(4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평소 조용한 성격인 김씨 역시 이웃과 단절한 채 매일 술을 마시며 외롭게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나홀로족 가운데 유독 40∼50대 중장년 남성층에 ‘위험 경고등’이 켜졌다.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 1인가구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지만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0년 전체 가구에서 11.2%에 그쳤던 중장년층 1인가구 비중은 10년 만인 2010년 16.3%로 5.1%포인트 급증했다. 증가폭 측면에서 모든 성별·연령별 구성비 중 가장 큰 규모로, 40∼50대 미혼 남성과 50대 이혼 남성의 증가가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이들에게 당면한 가장 큰 고통은 ‘돈’이다.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경제활동의 필요성이 커지다 보니, ‘돈없는 노후’는 말 그대로 공포 그 자체다.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고 혼자라는 외로움과 경제적 불안감에 하루하루가 버거운 게 현실이다. 남성의 경우 가사에 서툴러 생활패턴도 위험요소다. 주로 인스턴트 식품을 먹다 보니 영양불균형으로 인한 질병에 쉽게 노출된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우울증에 시달릴 확률도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문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대책은 독거노인이나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치중돼 있다는 점이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무연고 사망자는 2009년 587명, 2010년 636명, 2011년 727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무연고자 사망자 중 60세 이상이 47.7%, 60세 미만은 48.6%로 집계됐다. 독거노인뿐 아니라 중장년층의 고독사 문제도 심각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2007년부터 ‘독거노인 돌봄 서비스’, 2010년부터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정기적인 안전확인 및 독거노인 안부확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독거노인 가운데 주택 위치, 결식 횟수, 사회관계, 질병개수 등을 바탕으로 이들 중 20만여명을 선정해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부 남부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근로능력이 없는 중장년층 1인가구는 엄밀히 따져보면 ‘사회적 약자’나 마찬가지”라며 “노인, 여성 못지않게 정부나 자치단체가 이들에 대한 주거환경개선 등 필요한 대책을 절실히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동 기자 kid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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