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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호텔 등급… 관광 한국 ‘먹칠’

입력 : 2013-11-13 19:02:26 수정 : 2013-11-14 14: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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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 심사 사문화 … 관리 엉망 “전국 590곳 중 63% 잘못 돼”
일부 공식표기 대신 ‘별’로 현혹
외국인 불편 신고 대부분 차지
지난달 서울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호시나 리카(29·여)는 숙소에서 겪은 황당함과 불쾌감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일본에서 한국의 호텔정보 사이트를 뒤져 서울 신촌의 한 호텔을 예약했는데, 실제와 너무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복도는 어두컴컴하고 화장실은 물도 잘 나오지 않았다”면서 “별 3개 등급 호텔이 여관 수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실제 이 호텔은 홈페이지를 통해 ‘별 3개 등급’이라고 홍보했지만 숙소 어디에도 등급 표시는 없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연간 1000만명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호텔을 포함한 숙박시설의 등급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숙박업소는 등급을 매기는 공식 표기인 ‘무궁화’가 아닌 ‘별’ 등급을 이용해 관광객을 현혹하는 등 한국의 이미지에 먹칠하고 있다.

13일 한국관광공사 관광불편신고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숙박업소에 대한 외국인 관광객 불편신고 86건 중 45.3%가 숙박시설의 서비스와 위생이었다.

지난 5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 묵은 태국인 관광객 콤카몰 콕캄(32)은 “탁자는 낡고 벽에는 흠집까지 있었다”며 “무슨 근거로 4성급 호텔이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은 부실한 숙박시설 등급 관리체계가 전혀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호텔 등급을 관리하는 곳은 한국관광호텔업협회와 한국관광협회중앙회이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에 따르면 호텔 등급 심사는 숙박시설의 신청서를 받아 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협회는 전문 심사위원을 6명 두고 있지만 전직 호텔업 종사자들이 대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심사시간이 3∼4시간에 불과한 데다 더 빨리 끝나기도 한다”며 “다들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시설보다 등급이 높게 매겨지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관련 법은 호텔 설립 때 60일 이내에 등급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사문화된 지 오래다. 일부 숙박시설은 등급 심사를 받지 않은 채 인터넷 등을 통해 ‘별 ○개 호텔’이라는 식으로 광고를 하기도 한다.

새누리당 박성호 의원실 관계자는 “3년마다 등급을 갱신하게 돼 있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않는 곳이 많다”며 “지난해 전국 호텔 590여곳 가운데 등급 표기를 잘못한 곳이 63%에 달했다”고 말했다. 또 중소 규모 호텔을 대상으로 한 우수호텔 인증인 ‘굿스테이’ 인증도 인지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호텔 종업원은 “90%가 일본인 관광객이지만 모두 입소문을 타고 온다”며 “굿스테이 여부를 묻는 질문은 지난 3년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숙박업소의 등급제도가 제대로 정비도 되지 않고 있고 홍보도 부족한 실정”이라며 “대형 호텔에서 중소형 호텔까지 등급 체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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