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분배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OECD 회원국 중 거의 최상위권이다. 그만큼 소득분배가 불평등하다는 얘기다. 최근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함께 조사해 발표한 ‘201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바탕으로 산출한 2012년 한국의 지니계수는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0.353이다. OECD 34개 회원국 평균은 2010년 기준으로 0.314이다. 지니계수는 0부터 1까지의 숫자로 표시되는데, 0은 완전평등을, 1은 완전불평등(1인독점)을 뜻한다.
불균형이 곧바로 양극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산층이 계층 안에서 부의 차별화가 진행된다면 불균형이 심해질지언정 양극화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이와 달리, 중산층이 빈곤가정으로 이전한다면 양극화를 동반한 부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중산층 붕괴로 내수 기반을 허물고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양극화는 최악의 불균형인 셈이다.
양극화 지표로는 5분위(상위 20%) 소득을 1분위(하위 20%)소득으로 나눈 ‘소득5분위 배율’이 주로 쓰인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원수를 감안해 산출한 ‘균등화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2012년 소득5분위 배율은 6.82로 OECD 평균 5.5(2010년기준)를 훌쩍 뛰어넘는다. 비교시점이 2년 차이가 나지만 정구현 통계청 복지통계과 가구패널팀장은 “지니계수나 5분위 배율이 1, 2년 사이에 변동이 많지 않기 때문에 비교에 무리는 없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양극화란 중산층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며 중산층 붕괴는 소비여력 소진, 잠재성장률 하락,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진다”면서 정책의 대전환을 주문했다. “총량지표가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 성장과실이 골고루 돌아가도록 원점에서 다시 정책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인 주거·교육비
양극화에다 고비용을 강요하는 삶의 조건은 설상가상이다. 가장 기본적 비용인 주거비는 상승 추세다.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 13.1%로 전년 12.7%에서 0.4%포인트 상승했다. 불안한 부동산시장, 꺾일 줄 모르는 전셋값 상승으로 주거 불안은 지속되고 있다. 교육비 비중은 15.2%에서 14.7%로 하락하기는 했으나 교육비의 가계 압박감은 그대로다. 대학 입학 전 교육비도 만만찮은데, 대학 등록금은 국민소득 대비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독일과 비교하면 대비가 극명해진다. 국민소득이 한국의 두 배이고 주거환경도 안정적인 이 나라엔 대학 등록금이 없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대학생에게 생활비까지 준다. 그러면서도 지니계수는 0.286, 소득 5분위 배율은 4.3이다. 한국에 비해 소득은 월등히 높고 분배는 고르며 삶의 비용은 낮다. 양국 중산층 가계의 처지는 하늘과 땅 차이다. 김누리 중앙대 독문과 교수는 “세계 어디에도 대학생 교육비를 거의 전적으로 가정에 전가하는 나라는 없다”며 실종된 ‘반값등록금’ 공약을 개탄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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