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은 행사장 출입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까는 것이지만 지금은 ‘스타’와 동의어처럼 쓰이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스타의 길로 들어서는 등용문으로 레드카펫이라는 말이 사용되기도 한다.
걸어가는 당사자에게는 초조할 만큼 길고,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는 찰나의 순간인 레드카펫. 올해도 각종 레드카펫 위에서 스타들은 제각각의 스타일을 뽐냈다. 특히 ‘레드카펫의 꽃’이라 불리는 여성 스타들은 개성과 매력을 부각시킨 의상을 입고 플래시 세례와 팬들의 환호 속에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 가슴골부터 힙라인까지 ‘파격 노출’
시상식에 앞서 펼쳐지는 레드카펫 행사에서 스타들은 드레스를 통해 소리 없는 패션 전쟁을 벌인다. 이 때 가장 강력한 무기는 노출 코드. 여배우들은 가슴 선부터 힙 라인까지 해를 거듭할수록 더 과감한 노출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제3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을 찾은 ‘청룡의 여인’들은 청순함 대신 파격적인 섹시미로 레드카펫 위 반전 미학을 선보였다. 청룡영화상의 ‘안방마님’ 김혜수는 검은 망사와 퍼(fur), 골드 새틴 등 과감한 소재와 컬러가 돋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상반신의 시스루 디테일로 가슴 라인을 과감하게 노출했다.
중국의 전통의상 치파오를 연상시키는 드레스를 입은 김선영은 등과 허리 라인을 노출한 반전 디자인, 초미니 스커트, 시스루 테일 등 온갖 파격적인 요소를 모두 갖췄다. 이와 함께 김선영의 등은 청룡영화제와 같은 이름의 청룡 타투로 장식됐고, 옆구리와 허벅지에는 꽃 문신이 새겨져 있어 놀라움을 더했다.
지난 10월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서 가장 이슈가 된 스타는 배우 강한나와 한수아였다. 강한나는 상체의 글래머러스한 실루엣을 드러낸 머메이드라인의 블랙 드레스를 선택했다. 목부터 발끝까지 심플한 디자인으로 세련미를 자아낸 강한나의 드레스는 뒷면의 시스루 디테일을 통해 엉덩이 골까지 노출을 감행한 파격적인 반전 드레스로 아찔한 자태를 선보였다.
한수아는 1920년대 고전적인 할리우드 여배우를 연상시키는 복고풍 헤어스타일과 함께 비즈 디테일이 화려한 금색 드레스를 입었다. 홀터넥 디자인으로 과감한 상반신 노출을 감행한 한수아는 가슴 아래까지 파인 브이(V) 네크라인으로 클리비지(가슴골) 라인을 드러내 남성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 넘어지고 끊어지고… ‘아찔한 굴욕’
레드카펫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선보일 수 있는 장소지만 위기 역시 도사리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일부 스타들은 익숙하지 않은 드레스로 인해 넘어지거나 예상치 못한 의상 문제로 ‘레드카펫 굴욕사(史)’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올해는 걸그룹 달샤벳의 수빈이 ‘꽈당 굴욕’을 당했다. 지난 10월 서울 상암동 CJ E&M 센터에서 ‘2013 스타일 아이콘 어워즈’(2013 SIA) 레드카펫을 밟은 수빈은 튜브톱 디자인의 미니드레스를 입고 글래머러스한 몸매와 늘씬한 각선미를 과시했다. 하지만 입장 중의 실수로 넘어지며 ‘레드카펫 꽈당 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배우 여민정은 지난 7월 제1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가슴과 속옷이 드러나는 노출 사고를 당했다. 당시 여민정은 왼쪽 어깨끈이 끊어져 가슴 일부와 속옷, 피부에 부착한 테이프 등이 노출됐다. 또 깊은 슬릿으로 인해 검은색 속옷 하의가 드러나는 등 두 차례의 노출 사고로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 발랄한 걸그룹→우아한 여배우 ‘폭풍성장’
레드카펫을 위해 상큼한 걸그룹을 넘어 우아한 여배우로 ‘폭풍 성장’한 아이돌 스타들도 주목을 받았다.
지난 5월 제49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미쓰에이의 수지는 핫핑크 컬러의 시스루 드레스와 함께 섹시한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을 선보였고, 지난 9월 제8회 서울드라마어워즈에서는 머메이드라인의 누드톤 드레스로 ‘국민 여동생’이란 애칭을 넘어선 성숙미를 드러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을 통해 ‘연기돌’의 입지를 굳힌 에이핑크의 정은지는 클리비지 라인을 노출한 튜브톱 드레스로 은근히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과시했다.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정은지가 선택한 A라인 드레스는 화이트 컬러의 안감과 블랙 레이스가 조화를 이루며 걸그룹 멤버답지 않은 섹시미 부각시켰다.
애프터스쿨의 유이는 무릎길이의 A라인 드레스를 선택해 비가 내리는 레드카펫을 어려움 없이 활보했다. 글래머러스한 상반신을 부각시킨 톱과 풍성한 튀튀 스커트가 조화를 이룬 유이의 드레스는 성숙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발레리나의 이미지를 드러냈다. 이와 함께 볼드한 디자인의 진주 목걸이로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스타일에 포인트를 더했다.
에이핑크의 손나은 역시 스킨 컬러의 롱 드레스로 걸그룹 멤버의 귀여움보다 성숙한 요조숙녀의 이미지를 드러냈다. 서울드라마어워즈 레드카펫을 밟은 손나은은 하이웨이스트 라인의 엠파이어 드레스를 입고 상반신의 레이스 디테일 아래로 은근한 노출을 감행한 것 같은 착시 효과를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박민경 기자 minkyung@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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