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은 13일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 진행 사실을 보도하며 장성택이 국가전복음모를 감행한 사실을 적시하고 그를 ‘천하의 만고역적’, ‘현대판 종파의 두목’, ‘개만도 못한 추악한 인간쓰레기’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극악한 조국 반역자’, ‘당과 혁명, 인민의 원쑤(원수)’라고도 했다.
‘국가전복음모죄’는 장성택 숙청을 결정한 지난 8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지목한 핵심 죄목인 ‘반당·반혁명 종파행위’보다 무거운 죄다.
![](http://img.segye.com/content/image/2013/12/13/20131213003267_0.jpg)
◆김정은 체제 뒤엎기 위한 국가전복 음모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판결문 기술 내용을 보면 장성택은 오랜 기간 불순세력을 규합하고 분파를 형성했으며 그 목적은 ‘당과 국가의 최고권력을 찬탈할 야망’으로 ‘당과 국가 지도부, 사회주의제도를 전복할 목적’이라고 못박았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사회주의 체제를 뒤엎기 위한 ‘쿠데타’를 꿈꿨다는 얘기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유일영도체계를 유지한 북한에서 ‘반역행위’는 ‘멸문’을 자초하는 최대 범죄다. 북한은 장성택이 군대를 동원해 정변을 꾀할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http://img.segye.com/content/image/2013/12/13/20131213003264_0.jpg)
북한은 장성택이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는 충성하는 척하다가 ‘혁명의 대가 바뀌는 시기’에 와서 역심(逆心)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장성택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2010년 9월 열린 노동당 3차 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추대됐을 당시 회의장에서 건성건성 박수를 쳤으며,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우상화를 위한 모자이크 영상과 현지지도 사적비 건설을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장성택 주위에 몰려든 ‘추종분자’, ‘심복졸개들’, ‘아첨분자’들이 장성택을 ‘1번동지’라고 부르고 당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사례로 예시했다.
후계체제 구축 당시 “왼새끼를 꼬면서(딴마음을 먹고) 영도 계승문제를 음으로 양으로 방해하는 천추에 용납 못할 대역죄를 지었다”고 한 대목은 장성택·김경희 부부가 조카이자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챙겨준 것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장성택 부부가 김정은 대신 김정남을 후계자로 밀었다는 설도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경희가 특히 김정남을 많이 살펴줬고 그런 면에서 장성택이 김정남을 도와준 부분은 있지만 그 정도일 뿐 확대해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북한 자원 팔아 비자금 조성하고 방탕생활
김정은 명령에 불복하고 내각총리 자리를 노린 점, 국가 기구 체계를 무시하고 조직과 인사 분야에서 광범위한 월권과 전횡을 일삼은 점, 경제사령탑인 내각의 기능과 역할을 마비시키려 한 점 등도 혐의에 포함됐다. 장성택의 인사 전횡을 지적하면서 ‘소왕국’으로까지 표현한 점으로 미뤄 그의 영향력은 당과 내각 기구 등에 광범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 북·중 경협 사업 결과는 ‘매국행위’ 혐의를 받았다. 석탄 등 지하자원 매매건, 나선경제무역 지대 토지 사용권 기한을 50년으로 설정한 점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런 부정한 방법으로 2009년 한 해에만 460여만유로(약 70억원)를 탕진했다는 것이다. 비밀기관을 만들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귀금속을 사재기한 점은 국가 재정관리체계에 혼란을 줬다는 이유로 개인 비리 혐의인 동시에 반국가범죄행위로 지목됐다. 이 밖에도 “자본주의 날라리풍이 우리 내부에 들어오도록 선도하고 외국 도박장에서 돈을 탕진하는 등 방탕한 생활을 일삼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대북정책에 편승한 매국 행위
대외정책에 대한 장성택의 ‘성향’도 문제가 됐다. 통신은 장성택이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기다리는 전략’에 편승했다며 공화국을 내부로부터 와해붕괴시키기 위한 ‘매국노’라고 비난했다.
특히 장성택이 외부세계에 ‘개혁가’로 인식된 점을 언급한 것은 김정은 체제 출범 당시 국내외에서 장성택이 북한 체제의 개혁·개방을 이끌 인물로 평가받은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장성택이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실험에 반대하고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 당시 이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민서·김선영 기자 spice7@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