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은 유사 소송 160여건에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효과가 있다. 통상임금은 휴일·야근·잔업 수당과 퇴직금 산정의 잣대가 되지만 그간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었다. 법원 판결도 오락가락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로 통상임금 논란이 잠잠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온갖 명목의 수당 중 어디까지를 통상임금에 넣어야 하는지를 놓고 분쟁이 심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새 수당이 생길 때마다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둘러싸고 노사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경제적 파장도 고려해야 한다. 통상임금 판결이 나온 뒤 재계는 충격에 빠졌다. 당장 내년 경영계획 재조정에 들어갔다고 한다. 기업들은 대법원 판결로 연간 9조원의 추가 부담을 안게 됐다고 하소연한다. 중소기업이 받을 타격은 더 크다. 중소기업 10곳 중 1곳이 폐업 위기에 몰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신규채용을 줄이겠다는 중소기업이 65%에 이르는 마당이다.
이번 판결이 경제 재앙으로 번지지 않게 하려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낡은 임금체계를 우리 실정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 통상임금 논란이 입법 미비에서 시작된 만큼 근로기준법이나 시행령에 산정 기준과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노동계의 합리적인 양보와 타협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통상임금 판결이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면 기업은 투자를 미루거나 해외로 보따리를 쌀 수밖에 없다. 차제에 노동 유연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중장기적 과제도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어떤 경우에든 빈대를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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