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민이 스크린의 여신으로 돌아왔다. 지난 9일 개봉한 새해 첫 로맨틱 코미디 영화 ‘플랜맨’(감독 성시흡)을 통해서다.
최근 세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평소 영화 감상이 취미라고 말했다. 배우가 자기 작품 개봉을 앞두고 다른 작품들을 보러 다니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한지민은 ‘변호인’ ‘어바웃 타임’ 등 관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개봉작들을 다 봤다고 했다.
“영화 보는 걸 워낙 좋아해요. 지금 ‘변호인’이 극장가를 휩쓸고 있기는 하지만 ‘플랜맨’보다 훨씬 전에 개봉한 영화니까 스스럼없이 보러갔어요. ‘어바웃 타임’처럼 메시지가 있는 영화에 끌리기도 하고요. ‘용의자’는 아직 못 봤지만 좋은 영화라고 하더군요.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제 연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시간만 된다면 최근작은 다 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플랜맨’에서 그는 기존의 청순·단아한 이미지를 깨고 밝고 통통 튀는 매력의 록밴드 보컬 유소정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꾀했다. 2011년 개봉한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감독 김석윤) 이후 3년 만의 스크린 복귀이자, 영화로는 첫 로코물(로맨틱 코미디 장르) 도전이다.
“캐릭터에 강하게 끌렸어요. 로코물이란 점도 맘에 들었고요. ‘조선명탐정’ 때는 혼자 무게 잡는 역할이라 특별히 코미디란 생각 없이 찍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도전한 느낌이랄까요. 드라마에서 밝은 캐릭터를 많이 하기는 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엉뚱한 매력까지 가미되니까 신선하더라고요. 그런데 정재영 선배님이 출연한다길래 더 고민 안하고 ‘오케이’했어요. 스토리가 가볍게 흘러가는 듯하지만, 서로에게 위안과 치료가 되는 따뜻한 메시지도 좋았어요.”
이미지 변신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대중의 관심은 그녀가 술 먹는 장면이나 주량, 주사 등에 꽂혀 있어 조금 당황스럽다고 털어놨다. 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회 때 정재영이 “한지민과 처음 만나 술자리를 가졌는데, 제가 먼저 집에 들어가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정말 속상해요. 아무래도 극 중 술 마시는 장면이 나와서 선배님이 그런 에피소드를 말씀하신 것 같아요. 그 후로 관련기사가 쏟아졌고, 모든 이야기의 포커스가 온통 술에 맞춰져 있는 거예요. 술이야 잘 마실 때도, 못 마실 때도 있는 거잖아요. 다만 저는 술자리 분위기를 즐긴다고 한 건데….(웃음) 사실 영화에서 그 장면이 가장 중요했어요. 소정이가 마음에 담아둔 과거의 사랑 이야기를 진솔하게 꺼내는 장면이거든요.”
한지민은 정우성, 소지섭, 문정혁, 이서진, 박유천 등 내로라하는 미남배우들과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그런 그가 쾌재를 불렀다는 상대배우는 띠동갑의 정재영이다. 사극 드라마 ‘이산’에서 호흡 맞췄던 또 다른 띠동갑 배우인 이서진과 정재영을 비교해달라는 주문에 한지민은 “내가 왜 꼭 그래야 하냐”며 푸념하면서도 한껏 웃었다.
“이서진 선배님은 한 마디로 짓궂은 분이에요.(웃음) ‘꽃보다 할배’에서 비쳐지는 이미지 그대로죠. 그 방송에서 나영석 PD를 괴롭히는 게 본인의 애정 표현이잖아요. 평상시에도 그래요. 어떤 상대 배우에게든 약간 퉁퉁거리는 듯 애정을 드러내죠. 정재영 선배님은 촬영장에서 모든 스태프들과 잘 지내세요. 절 여신 취급하시고요.(웃음) 카메라가 안 돌 때는 허심탄회하게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충분히 주세요. 그런데 촬영만 시작되면 전혀 다른 사람이 돼요. 무서워서 말을 못 걸 정도로 카리스마 있고 프로페셔널하세요. 시나리오 지문 하나까지도 모두 이해될 때까지 꼼꼼히 체크하시고요. 정말 배울 점이 많았어요.”
한지민은 앞으로 영화로 인사드릴 기회가 점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무로에 불고 있는 남풍(男風) 때문에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요즘, 스릴러나 액션 영화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주변에서 결혼 언제하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데, 아직은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급하게 서두른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 좋아요. 얼마 전까지도 결혼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결혼에 관련된 질문을 너무 많이 받다 보니까 이젠 좀 고민이 돼요. 그렇다고 급하게 상대를 찾아볼 생각은 없답니다. 다음 작품은 드라마가 될지, 영화가 될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다만 메시지가 담겨 있고,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의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어요. 2014년 새해에는 더 많은 작품, 더 새로운 도전으로 여러분 찾아뵐테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
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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