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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기름 유출 석유업체 신고 안해 '화' 키웠다

입력 : 2014-02-03 17:33:24 수정 : 2014-02-03 17:3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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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량도 200분의 1로 축소·허위 보고
전남 여수 낙포각 원유2부두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해당 석유업체가 사고 내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도 해경 등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는 사고 이후에도 기름 유출량을 실제의 200분의 1에 불과한 드럼 4개 분량(800ℓ)으로 추정해 여수시에 보고하는 등 사고를 축소하려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3일 여수해경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9시35분께 전남 여수시 낙포동 낙포각 원유 2부두에서 싱가포르 국적의 유조선 우이산호(16만여t급)가 여수 한 석유업체의 송유관을 들이받았다.

해경은 사고 내용이 당일 오전 9시57분께 여수 해상 교통관제센터(VTS)에서 상황실로 최초 신고됐다고 설명했다. 관제센터는 8분 뒤인 오전 10시5분께 "기름이 바다로 샌다"며 해경에 추가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해경은 방제정 등 16척과 헬기 1대를 현장으로 보냈다. 방제정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오전 10시36분께, 사고 발생 1시간여 뒤였다.

석유업체가 사고 사실을 파악한 것은 발생 직후인 오전 9시36분께, 1시간 가량 기름이 바다로 유출되고 있었지만 석유업체는 해경 등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해경 관계자는 "업체로부터 신고 접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당일 오전 10시5분께 신고했다고 밝혀왔던 업체 측은 이에 대해 "당시 여수해경 해양오염방제과에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자 실과 과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고 내용을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30여 분이 지난 뒤 늑장 신고했다는 점과 대부분의 직원이 쉬고 있는 설 명절에 상황실이 아닌 부서 담당자에게 직접 신고 전화를 거는 등 사고 대처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체는 또 기름 유출량을 허위로 축소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업체는 당일 오전 여수시에 기름 유출량이 드럼통 4개 분량인 800ℓ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파손된 송유관 3개의 길이와 지름 등을 파악해 과학적으로 산출한 결과"라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해경 조사결과 우이산호 원유 이송관 충돌 사고에 따른 원유 유출량은 업체 추정과 달리 200배가 넘는 164㎘(820드럼)로 드러났다.

해경은 원유 이송관 3개 중 원유 70㎘, 나프나 69㎘, 유성혼합물 25㎘ 등이 해상으로 흘렀다고 밝혔다.

원유2부두의 파손된 이송관은 원유용 파이프 30인치, 납사용 파이프 30인치, 유성혼합물용 파이프 18인치관이 215m 길이로 설치돼 있으며 원유저장고에서 111m 지점이 파손된 점을 고려해 유출량을 판단했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같은 송유관의 길이와 지름을 바탕으로 추정한 기름 유출량이 200배 넘게 차이가 난 것이다.

이 때문에 업체가 신속하게 신고를 하지 않고 기름 유출량을 축소해 허위로 신고하면서 해경의 초동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확산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여수시와 해경은 이 같은 보고 내용을 바탕으로 방제 작업을 실시했으나 기름이 조류를 타고 사고 현장에서 4~5㎞ 떨어진 여수시 삼일동 신덕마을 앞 해변까지 흘러간 것으로 확인되자 그제서야 민간선박과 경비함정 70여 척을 추가 투입했다.

일각에서는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사고 발생 하루 뒤인 지난 1일 현장을 방문해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는데"라고 말한 것도 업체가 보고한 기름 유출량을 바탕으로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석유업체 관계자는 "해경 발표 직후 관련 내용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며 "조만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19년 전 여수 해상에서 발생한 호남사파이어호 기름유출 사고 이후 만들어진 해상 기름 유출 대응 매뉴얼을 여수시와 여수해경, 항만청 등이 제대로 지켰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이 일고 있는 등 여수 기름 유출 사고와 관련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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