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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엔트로피 증가와 지구 종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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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2-26 21:52:59 수정 : 2014-02-26 21: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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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법칙 섣불리 인용해 억지 주장
손실 에너지 재활용 얼마든지 가능
현재 우리 사회는 서로 상반되는 수많은 정보가 인터넷에 떠다니면서 어느 정보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지속적인 에너지 사용은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를 계속 증가시켜 결국 지구가 멸망하게 된다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빠르게 퍼져 사회동요를 일으키기도 한다.

일부 사이비 종교단체는 지구 종말론을 자연의 법칙인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적용해 타당성을 주장한다. ‘노동의 종말’과 ‘제3의 산업혁명’의 저서로 큰 명성을 얻은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1983년 경제·사회의 미래 변화와 연결시킨 ‘엔트로피 법칙’을 발간함으로써 일반인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김광선 한국기술교육대교수·기계공학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사회가 변화되고 지구상에 한정돼 있는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면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사회혼란과 환경오염 문제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논리를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과 연계시킨 것이다. 국내에서는 엔트로피를 생각하는 사람이 모여 리프킨 책과 비슷한 내용으로 1999년 ‘쉽게 읽는 엔트로피’를 출간하면서 자연 환경과 미래 인류를 걱정하는 그룹을 만들기도 했다.

원래 ‘엔트로피’라는 단어는 인류가 태고 때부터 관심을 가져온 열이라는 개념을 19세기 유럽의 과학자들이 역학적 이론으로 접근하는 과정 중에서 나온 용어이다. 우리 사회의 동력을 제공하는 에너지시스템을 지배하는 두 가지 중요한 법칙이 있는데 첫째는 시스템의 총 에너지는 변함이 없으면서 각각의 에너지만 변한다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있고, 둘째는 에너지가 생성되거나 소멸되는 과정에서 효용성을 나타내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 있다. 우리가 필요한 에너지 시스템을 잘 설계해 활용하기 위해 에너지 보존과 엔트로피 증가의 원리를 동시에 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정에서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연결하는 전선은 옴(Ohm)의 법칙, 전압은 전류 곱하기 저항 이론을 활용한 일종의 에너지시스템이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적용해 보면 전선을 통해 공급되는 총 에너지는 같지만 전선의 굵기가 작아지면 저항은 증가해 열손실이 발생하고 전류는 열손실만큼 감소하게 된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추가로 적용하면 전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발생하는 열손실은 피할 수 없고 추가적인 일 없이 전압의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전류를 거꾸로 흐르게 할 수 없다. 원래 상태로 회복시키려면 추가적인 일이 필요하고 이를 정량적으로 표현한 값이 엔트로피의 생성량이다. 시스템의 변화과정에서 엔트로피는 항상 생성된다는 원리를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으로 표현하고 있다. 상온 상태에서의 초전도 물질 개발이나 고효율 열전달시스템 등을 통한 열의 재활용시스템 개발 등은 대표적 사례이다. 새로운 창의적인 시스템 개발에서 특정 양의 엔트로피 생성은 피할 수 없지만 사회 전체시스템과 정성적인 면에서 그 이상 폭발적인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시스템 개발은 항상 열려 있다.

우리의 환경시스템에 엔트로피 증가법칙을 적용해 에너지의 과다사용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및 환경폐기물의 무한정 증가와 지구온난화에 따른 바다 온도 및 수면의 급격한 상승이 지구 멸망 및 세계 인류의 재앙을 초래한다는 것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창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사회가 부분적으로 혼란해지고 비효용성을 나타내는 엔트로피 생성량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줄이고 손실 에너지 재활용 등으로 극복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태고 때부터 만물의 영장인 인류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면서 사회를 발전시켜 왔다. 35억년으로 추산되는 지구 위에서 180만년 전의 일하는 사람이라는 명칭을 가진 엘가스트인과 대략 20만년 전 호모사피엔스인으로 진화돼 온 인류는 얼마나 많은 엔트로피를 생성해 왔겠는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단편적이고 얇게 보고 에너지 고갈과 함께 지구멸망, 그리고 종말론을 내세우는 논리는 비약됐고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자.

김광선 한국기술교육대교수·기계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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