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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기도’ 돌출… 꼬이는 증거위조 수사

입력 : 2014-03-24 20:01:38 수정 : 2014-03-24 21: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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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권 과장 사건 파문 검찰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위조’ 사건의 핵심 인물인 국가정보원 권모(51) 과장의 자살기도로 수사가 당분간 속도를 낼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 뿐만 아니라 무리한 압박으로 국정원의 대공수사팀이 와해되고 있다는 비난도 사고 있다. 그렇다고 수사를 중도에 그만둘 수도 없어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앙숙 관계인 검찰과 국정원


검찰의 이번 국정원 수사는 일종의 앙갚음과 같았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낙마에 단초를 제공한 ‘혼외 아들 의혹 사건’에 국정원 요원이 개입됐다는 정황이 드러났을 때 검찰 내부에서는 “두고 보자”란 분위기가 일었다. 검찰이 국정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국정원이 검찰에 반격했다고 해석한 것이다.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 수사가 시작되자 일부 검사는 쾌재를 불렀다. 공안통이 빠지고 특수통이 수사팀에 대거 합류했을 때 특수통의 대부격인 채 전 총장의 낙마에 대한 원수를 갚는다는 해석도 있었다. 이제까지 공안수사는 법과 실무가 따로 놀았다. 법령에는 검사가 국정원을 지휘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공안수사에서는 검찰이 국정원의 ‘수사 지휘’를 받는 꼴이었다. 검찰은 이번 기회에 국정원에 대한 수사 지휘를 명확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국면전환 거듭하는 수사

국정원 협력자 김모(61)씨의 자살기도(지난 5일)로 검찰은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에 적극 수사에 협조하라고 지시한 뒤 검찰은 대규모 수사팀을 꾸려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다. 국정원 ‘블랙’ 김모 과장을 구속하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권 과장의 자살기도는 지금까지 해왔던 검찰 수사를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검찰은 국정원 ‘윗선’을 밝히는 데 의욕적이었다. 권 과장이 ‘윗선’의 연결고리라고 판단하고 수사를 벌였지만 그의 자살 기도로 수사가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검찰이 무리한 수사로 국정원 대공수사 조직을 뒤흔들고 있다며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살 기도 직전 권 과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을 들여다보는 망루가 다 무너졌다. 중국의 협조자들이 아무도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지적했다. 그는 “검사들은 정의의 눈으로 우리를 재단하는 것 같겠지만 결국 남한이 북한에 진 것”이라며 국정원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검찰을 비난했다. ‘외부 세력이 국정원을 흔들고 무력화하고 있다’, ‘남북한 정보전쟁에서 우리가 지고 있다’ 등의 내용이 담긴 유서를 가족에게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권 과장의 자살 기도는 검찰 대 국정원의 투쟁으로 비화될 단초가 될 수도 있다.

검찰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그동안의 수사 과정을 다시 점검하고, 수사결과 발표 때 유씨 사건을 맡은 검사들에 대한 조사 내용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협력자 김씨와 국정원 김 과장의 구속기간 만료를 감안해 이달 말 이들을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대공수사 요원들이 위험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본연의 임무를 다하고자 노력한 헌신과 희생을 높이 평가하고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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