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세무변론 수임 많은 로펌서 현직때보다 최대 3배 연봉받아
‘전관예우’ 하면 판검사를 먼저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경제관료도 이들 못지않다. 경제관료 출신들도 판검사에 뒤지지 않는 대우를 받으며 법무법인(로펌)에 영입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김앤장과 태평양 등 국내 10대 대형 로펌에서 활동하는 경제 부처 관료는 177명에 달한다. 이들은 10년 이상 공직 생활을 통해 쌓은 전문 지식과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대정부 로비 창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법과 제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입기업들은 관세에 상당히 민감하다. 보건복지부와 외교부, 감사원, 총무처(안전행정부) 등 비(非) 경제부처 출신 관료 16명도 대형 로펌에서 일하고 있다.
로펌별로는 국내 최대 법무법인인 김앤장이 가장 많은 66명의 경제부처 출신들을 보유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태평양 31명, 광장 24명, 율촌 17명, 세종 11명, 화우 10명, 충정 8명, 바른 6명, 지평 4명 순이었다. 로고스는 경제 부처 출신 관료를 영입하지 않았다.
로펌에 간 경제 관료들의 직급은 실무자에서부터 과장과 국장 등 중간 간부, 국세청장, 관세청장, 금융감독위원장(금융위원장), 장관까지 다양하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로펌에서 받는 연봉은 현직의 3배 이상이다. 로펌도 퇴직 관료들이 그만큼의 효용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로펌에서 경제부처 출신들은 세무, 금융 등의 분야에 대해 변호사에게 조언하고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전직 공무원들은 소송에 관여한다. 하지만 이들은 ‘전관예우’를 이용해 ‘친정 부처’를 상대로 로비하거나 정보를 수집한다. 퇴직 관료의 가장 큰 효용 가치는 축적된 전문 지식과 함께 인적 네트워크다.
기업들로서는 담당 사무관을 만나기도 어렵지만, 이들은 간부들을 한 번의 전화로 접촉할 수 있다. 해당 부처 선후배들과 수시로 만나 관련 정보를 수집해 해당 기업에 제공한다. 퇴직 관료들이 맡은 소송에서 정부가 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전문성을 갖춘 퇴직 관료들이 ‘이렇게 하면 소송에 가서 진다’고 말하면 제재를 세게 가하려고 하다가도 담당자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로펌에 간 공직자 출신은 어떤 형태로든 후배 관료들과 만날 것”이라며 “이런 접촉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제부처는 기업에 제재 등을 내릴 때에는 한 사람의 결정만으로 하는 것이 아닌 데다 위원회의 절반가량이 외부 인사로 채워져 퇴직 관료들이 압력을 넣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항변한다.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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