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에 대한 설명이다. 서울 동작동에 위치한 국립현충원은 1965년 3월30일 국립묘지령으로 제정된 뒤 안장 대상에 애국지사를 포함한다며 홈페이지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5일 세계일보 확인 결과 애국지사묘역 214개 묘비 중 79개 묘비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정부의 허술한 역사의식이 여지없이 드러난 셈이다.
◆현충원 “오류 고치고 싶어도 인력 없어” 변명
세계일보는 현충원 애국지사 묘역과 관련, 지난 3월부터 취재를 시작해 일부 묘비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관계자에게 사실관계를 문의했다. 당시 현충원 측은 비석에 기록된 내용과 보훈처 기록을 토대로 수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5일 현충원을 다시 취재한 결과 그간 오류 수정을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류가 발생한 것에 대해 현충원 측은 “(1960년대에) 안장할 당시 3일 장을 치렀는데, 이 기간 동안 역사적 검증을 거칠 방안이 많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며 “전수조사를 해 사실 여부를 수정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재로서는 추진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기록이 잘못된 비석이 많지만, 현충원 측은 이를 수정할 인력과 제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충원 관계자는 “묘역에는 수만개의 묘비가 있지만 이에 대한 기록을 수정하는 담당자는 단 1명에 불과하다”며 열악한 인력 실태를 털어놨다. 1개월에 70∼80여건의 오류 신고를 받고 유가족과 상담을 통해 오류를 고쳐가고 있지만, 자발적으로 나서서 오류를 수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세계일보가 서울 국립현충원 애국지사 묘비를 확인한 결과 곳곳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애국지사 고 여행열씨의 묘비는 공훈록과 달리 이름 끝자가 ‘렬’로 표기돼 있고, 애국지사 고 신송식씨의 묘비에는 가족 ‘오희영’씨 이름이 올라 있었다. 유족들은 오씨가 애국지라고 밝혔지만 현충원 공훈록에는 누락돼 있었다. 애국지사 고 이민화씨 묘비에는 건국훈장 독립장 추서 연도 끝자리가 누락된 채 한자로 ‘196’(왼쪽 상단 원 부분)이라고 쓰여 있었다.(왼쪽 사진부터) 정선형 기자 |
다른 묘역의 비문과 사이버 추모관에 기록된 공훈록 관리도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충원 관계자는 국가유공자 기록은 유가족이나 유족회 등 관련 단체의 주장에 기반해 작성된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공훈록은 국가보훈처에서 지난해 작성한 내용으로 대체했으며 두 기록 간 대조 작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시인했다.
공훈록 자체도 옛날 기록과 새로운 기록이 합쳐져 혼재되면서 역사적 사실을 파악하는 데 혼란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보훈처 관계자는 “공훈록은 2∼3개년 동안 포상을 받은 분들을 중심으로 모아서 정보를 추가하고 있다”면서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인터넷상의 공훈록 기록을 수정하고 있지만, 전면적인 재조사 후 수정을 한 적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은 비문과 공훈록 간 차이는 심각한 문제라며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과 유족들께 범국가적으로 죄송한 일이고 대외적으로 창피한 일”이라며 “결국 이러한 내용을 체크하는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된 문제인데, 역사적 기록에 관한 문제를 형식적으로만 다루지 말고 더욱 성의껏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방학진 국장은 “보통 사람들은 공훈록보다 비문을 볼 텐데, 교육자료로도 활용될 비문이 틀리면 후손들에게 잘못된 교육을 되풀이하는 꼴”이라며 “역사학계 등 전문가들과 함께 손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선형·이재호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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