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보잉은 세계 최대 항공제작사이자 미국 제조업의 상징이다. 보잉은 1916년 수상비행기 제작업체로 시작해 1·2차 세계대전 때 정부의 대량주문을 받으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어 1950년대 여객기의 아버지라 불리는 707의 성공 이후 약진을 거듭해 항공기, 미사일, 우주선까지 아우르는 우주항공 종합기업으로 진화했다. 현재 세계 여객기 시장 점유율이 40%를 넘고 직원도 14만여명에 이른다. 그런 보잉이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다.

 

위기는 2017년부터 비행을 시작한 ‘737맥스8’에서 촉발됐다. 동급 여객기보다 연료 효율이 17% 정도 높아 출시하자마자 5000여대의 주문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737맥스8은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4개월 후에는 에티오피아에서 잇따라 대형사고를 냈다. 두 여객기 모두 이륙 후 6분, 13분 동안 급상승과 급하강을 반복하다 추락했고 탑승자 전원이 숨졌다. 각국 항공사에서 환불과 예약변경 요청이 빗발쳤고 미국과 중국 등 세계 전역에서 운항이 중단됐다. 미국 정부는 기체 결함을 발견해 25억달러의 벌금까지 물렸다.

 

이후에도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1년 전 알래스카항공이 운항하던 후속모델 737맥스9는 약 5000m 상공을 날던 중 동체에 구멍이 났다. 737시리즈 중 가장 많이 팔렸고 안전이 검증된 것으로 알려진 기종마저 탈이 났다. 맥스8의 전신인 737-800은 2022년 3월 중국에서 추락해 132명이 숨졌다. 얼마 전 제주항공 무안참사 사고기와 같은 기종이다. 새해 들어서도 보잉 여객기가 호주 멜버른 공항에서 바퀴 2개가 터지면서 운항이 중단됐다.

 

110년 가까이 쌓아온 보잉의 명성과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외신들은 2019년 이후 보잉의 손실규모가 300억달러를 넘는다며 올해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될 수 있다고 전한다. 보잉의 몰락은 수익제일주의와 주주가치 극대화에 집착하다 원래 강점이었던 항공우주기술과 안전문제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작년 3월 미 항공당국이 737맥스 기종을 조사한 결과 점검항목 102개 중 40개가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어떤 기업이든 ‘본업’의 경쟁력을 잃고서는 생존할 길이 없는 듯하다.


주춘렬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지수 '충성!'
  • 지수 '충성!'
  • 유다인 ‘매력적인 미소’
  • 황우슬혜 '매력적인 미소'
  • 안유진 '아찔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