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어제 밝힌 양심불량의 실상을 보면 입이 벌어질 지경이다. 삼성토탈 서산공장의 경우 수질자동측정기(TMS) 측정범위를 조작하다 적발됐다. 현대차 아산공장은 고장 난 대기오염방지시설을 방치했고, 기아차 화성공장은 폐유를 몰래 흘려보냈다. LG화학 청주공장은 대기오염물질 자가 측정을 하지 않았고 수질오염방지시설 운영일지도 엉망으로 작성했다. 효성 용연1공장은 폐수를 무단 배출할 수 있는 이동식 배관을 따로 설치했다고 한다.
‘배짱 방출’ 행태도 놀랍다. 이번 단속은 2012년 이후 환경법규 위반 전과가 있는 대기업 10곳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그 결과 10곳 모두에서 38건이 적발됐다. 정부의 시정 지시를 무시하고 위법행위를 계속해왔다는 뜻이다. 기업윤리의 타락이자 도덕적 해이다. 국민은 국내외 온갖 악재 속에서도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는 기업에 자긍심을 느낀다. 정부도 기업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풀기 위해 백방으로 힘을 쏟는 중이다. 일부 대기업의 일탈행위는 이런 국가적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나 다름없다.
환경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환경은 중요한 민생 문제로 변한 지 오래다.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에 등돌린 기업은 시장에서도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우리나라의 환경 수준은 세계 하위권이다. 지난해 조사 결과 환경부문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6위였다. 환경 후진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국민적 자각과 노력이 필요하다. 오폐수를 콸콸 쏟아내는 고질병을 고치는 것이 오명 씻기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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