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구 등 일부만 유지 전망
6·4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17명의 시도 교육감이 1일 취임한다. 이 중 진보성향 교육감은 13명. 17개 시도 총 교육예산 52조8000억원의 83.5%인 44조1000억원과 전체 유·초·중·고교생 713만7000명 중 595만9000명이 진보 교육감의 영향력 아래 놓인다. 바야흐로 진보 교육의 막이 오른 것이다. 진보 교육감 시대의 화두는 ‘평등교육’이다. 이명박(MB)정부 시절 빠르게 진행됐던 수월성 교육(엘리트 교육)은 박근혜정부 들어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앞으로 4년은 수월성 교육에 브레이크를 거는 수준을 넘어 평등교육으로 방향 전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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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당시 수월성 교육의 핵심을 이룬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전국 자사고의 52%(25개교)가 몰려 있는 서울에서는 자사고 폐지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고, 인천과 광주, 경북에서도 자사고가 축소되거나 폐지될 전망이다. 자사고가 없는 세종과 충북, 경남, 제주에서 당선된 교육감들도 신규 지정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자사고를 유지하겠다’는 곳은 부산과 대구, 대전 등 9곳이지만, 이들 지역에는 자사고 수가 많지 않은 데다 새 교육감들도 더 늘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고교 다양화를 추진했던 ‘MB표 교육’은 이제 ‘박물관’으로 가야 할 처지가 됐다.
박 대통령은 자사고는 설립 운영에 맞게 관리감독하고, 일반고는 활성화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지난해 자사고 신입생 선발 방식을 전원 추첨 방식으로 바꾸려 했던 점에 비춰보면 현 정부도 자사고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입 선발시험으로 신입생을 뽑는 고교 비평준화 지역도 많이 줄어들 전망이다.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천안 고교 평준화를 예정대로 2016년부터 시행하고, 다른 시·군으로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고교 평준화로 중학생의 입시지옥을 해소해가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경기도는 남양주, 오산, 시흥, 양주, 파주 등이 비평준화 지역이다. 이밖에 세종과 충북, 경남의 비평준화 지역도 대거 평준화로 바뀔 예정이다.
진보 교육감의 아이콘이 된 혁신학교는 현재 579곳에서 800곳으로, 많게는 2000곳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성향이 진보로 일치하는 곳이 전국 17개 시도 중 9곳에 달해 진보 교육 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보수 성향의 현 정부와 ‘교집합’을 이루는 정책도 많다. 고교 무상교육과 유아교육 공교육화, 진로교육 확대, 선행학습 금지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와 교육청이 발전적인 관계를 유지할 여지도 큰 것이다.
그러나 당장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법외노조가 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문제다. 교육부는 전교조가 법외노조 판결을 받은 이상 교원 노조로서의 권리는 조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전교조 조퇴투쟁과 관련, ‘집회 참가 여부와 상관없이 당일(지난 25일) 복무관련 특이사항이 있는 모든 교원의 명단을 제출하라’고 교육청에 지시한 상태다. 더구나 30일에는 전교조가 낸 법외노조 통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기각돼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화 조치는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진보성향의 교육감들 중에 정부 방침에 정면 반발한 이는 많지 않지만, 당선인에서 현직으로 신분이 바뀌는 1일 이후에는 갈등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
돈(예산)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교육감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27일 “서울시교육청의 올 하반기 교육재정이 3100억원 이상 부족한 상태”라고 밝혔다. 인수위는 그 이유를 누리과정 지원사업과 중앙 정부의 교부금 감소에서 찾고 있다.
인천과 경기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교육감들은 교부금을 늘리지 않으면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전임 교육감들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해 교부율을 올려달라고 요구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교부율은 5년째 내국세의 20.27%에 머물러 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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