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심호섭의전쟁이야기] 멀고 험난한 ‘유종지미’

관련이슈 심호섭의 전쟁이야기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5-02-23 22:59:41 수정 : 2025-02-23 22:59:39

인쇄 메일 url 공유 - +

전쟁을 끝내는 일은 시작보다 훨씬 어렵다. 2차 대전은 연합국이 독일과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며 종결되었지만, 이후 제한전 시대에 접어들면서 명확한 종전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냉전의 첫 열전이었던 6·25전쟁에서 미국은 중국의 개입 이후 전쟁 목표를 통일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의 보존, 즉 현상 유지로 제한했다. 결국 미국과 중국은 군사적 승리가 불가능함을 깨닫고 휴전 협상에 돌입했지만, 이념적 대립과 유리한 협상 조건을 확보하려는 계산 속에 협상은 2년 넘게 걸렸다. 그 과정에서 치열한 전투가 지속되었으며, 아이젠하워 정부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 시사, 스탈린의 사망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 끝에 어렵게 정전협정이 체결되었다. 그러나 완전한 종전에는 이르지 못한 채, 한반도는 지금까지도 불안정한 휴전 상태에 놓여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러 대표단 간 러-우 전쟁 종전 협상

베트남전쟁에서도 평화협정 체결은 쉽지 않았다. 1954년 제네바 협정으로 프랑스와 베트남 간의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은 종결되었으나, 예정된 베트남 총선과 통일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후 미국이 개입한 베트남전쟁에서는 1968년부터 협상이 시작되어 5년 가까이 이어진 끝에 1973년 파리 평화협정이 체결되었다. 그러나 협상 기간에도 전투는 지속되었으며, 닉슨 행정부는 라오스와 캄보디아에 대한 대규모 폭격을 감행했고, 북베트남군은 1972년 부활절 공세를 전개했다. 결국 미군 철수 2년 만인 1975년, 북베트남은 협정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전면적인 군사 공세를 감행해 남베트남을 붕괴시켰다.

반면 걸프전쟁처럼 단기간에 휴전 및 종전 협정이 체결된 사례도 있다. 미국이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이라크군을 무력화하자 이라크는 사실상 항복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후 지역 안정은 확보되지 않았으며, 12년 후 미국은 다시 이라크를 침공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미국은 상대 정부를 신속히 무너뜨렸지만, 전쟁은 예상치 못한 반란 전의 형태로 장기화되며 종결 가능성조차 불투명해졌다. 한편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어렵게 휴전에 돌입했지만, 가자지구에서는 오랫동안 휴전과 전쟁이 반복되어 왔다.

최근 미국이 평화협상을 중재하며 러-우 전쟁의 종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협상이 신속히 이루어지지 않을뿐더러, 체결 후에도 쉽게 평화가 보장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번 협상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미국과 러시아 간 논의로 진행된다면,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패배에 가까운 결과에 직면할 것이다. 현재 전황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지원 없이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패배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전쟁 지속을 통해 상황 반전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종전 합의만으로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이 지역의 평화를 보장하기 어려우며, 결국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할 수 있다.

 

심호섭 육군사관학교 교수·군사사학과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홍화연 '깜찍한 손하트'
  • 홍화연 '깜찍한 손하트'
  • 김민주 '신비한 매력'
  • 진기주 '해맑은 미소'
  • 노정의 '시크한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