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문화융성' 시대, 장애인 예술을 말하다] 장애예술인 입주시설 '잠실창작스튜디오' 가보니

관련이슈 '문화융성'시대, 장애인 예술을 말하다

입력 : 2014-08-05 06:00:00 수정 : 2014-08-13 17:45:0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공간 좁고 지원인력 턱없이 부족… 한 공간서 전시·교육 동시에 ‘혼잡’ “여긴 단순한 작업 공간이 아니에요. 외부와의 교류가 드물 수밖에 없는 장애예술인들이 한데 모여 각자 정보와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고 창작 열정을 돋우는 공간이죠.”

국내 유일의 장애예술인 전용 입주시설인 잠실창작스튜디오 소속 작가 신현임(58)씨는 4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장애예술인이다. 오는 10월 예정된 개인전을 포함해 30회 넘는 전시 경험이 있는, 말 그대로 ‘프로 작가’다. 이렇게 불편한 조건에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할 수 있기까지 장애인 전용 창작공간인 잠실창작스튜디오의 역할이 컸다. 신씨는 “일반 가정에선 불가능한 대형 작업이 가능한 건 물론이고, 다른 작가들과 교류를 왕성하게 할 수 있어 많은 예술적 자극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잠실창작스튜디오는 이런 중요성에 비해 시설이나 인력 구성이 아직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일보 취재 결과 스튜디오 내 공간이 부족해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나 장비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시설을 운영하는 인력의 부족으로 입주 작가에 대한 효과적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내에 있는 잠실창작스튜디오 내부 모습. 지난해 리모델링을 거쳐 공동으로 쓰던 작업실을 개인 작업실로 나누고 휠체어 통행을 방해하는 문턱을 없애는 등 일정한 개선이 이뤄졌다.
김범준 기자
◆“고급 장비 들여와도 둘 곳 없어”

“애써 민간기업을 통해 고급 장비를 지원받아도 스튜디오 안에 이걸 보관할 공간이 없는 게 현실이에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안에 위치한 잠실창작스튜디오를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휴게실 내 서재 사이사이마다 비치된 스튜디오 촬영 장비들이었다. 잠실창작스튜디오의 한 관계자는 “2013년 한 기업에서 지원을 받아 구입한 고급 장비인데, 제대로 활용할 공간이 없어 임시방편으로 휴게실에 놓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거액을 들여 구입한 금속판화용 프레스 기계 2대도 야외에 방치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한다.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인 김경아씨가 지난 7월31일 자신의 작업실에서 유화 작업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입주 작가와 직원들은 한목소리로 “스튜디오 내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전체 면적이 약 500㎡(약 151평)인 잠실창작스튜디오는 입주 작가 작업실, 직원 사무실, 휴게실, 다목적 전시장, 야외 작업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하늘연’으로 불리는 다목적 전시장은 전시회와 교육 프로그램이 한꺼번에 이뤄져 이용자들이 많은 불편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입주 작가는 “하늘연을 대관해 전시회를 열어도 당일 교육 일정이 있으면 작품이 걸린 채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런 환경에서 전시회가 정상적으로 열리기를 기대하는 건 힘들지 않겠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다른 관계자는 “처음 스튜디오가 생길 때 제대로 된 연구 없이 ‘전시성’ 사업의 하나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서울문화재단이 운영 중인 잠실창작스튜디오는 2007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컬처노믹스’(문화를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유휴 공간인 중소기업 제품 판매 전시장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입주 작가들이 지난 7월31일 잠실창작스튜디오 내 다목적 전시장인 ‘하늘연’에서 ‘자기 정체성 찾기로서의 글쓰기’라는 주제의 강의를 듣고 있다.
김범준 기자
◆직원 3명뿐…“지원 늘면 되레 겁나”


부족한 건 공간만이 아니다. 입주 작가들을 지원할 인력 또한 턱없이 모자랐다. 잠실창작스튜디오에 소속된 입주 작가 수는 총 13명인 반면 이들의 활동을 돕고 관련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상근직원은 3명에 불과하다. 한 직원은 “일본에서는 장애인 1명당 보조 인력을 3명씩 두는 식으로 시설을 설계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오히려 그 반대다. 이런 상황에서 입주 작가들이 정상적 지원을 받길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간기업이 아무리 거액을 지원해줘도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난해 민간기업에서 지원받은 재원은 총 8500만원이고, 서울문화재단이 직접 잠실창작스튜디오에 집행한 예산은 이보다 적은 5000만원이었다. 한 직원은 “장애예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외부 지원도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런 걸 보면 솔직히 우리는 겁부터 난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권은비 '매력적인 손인사'
  • 권은비 '매력적인 손인사'
  • 강한나 '사랑스러운 미소'
  • 김성령 '오늘도 예쁨'
  • 이유영 '우아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