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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자 3일간의 기록] ⑨ 기자, 그 이름의 무거움을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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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09 10:40:57 수정 : 2014-09-11 08: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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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세요 기자님. 오늘 요금은 제가 서비스해 드리겠습니다.”

뜻하지 않게 공짜 택시를 탔다. 새벽에 영등포경찰서를 나와 강서경찰서로 가기 위해 잡아탔던 택시 기사님이 요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내가 ‘기자’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지, 이제 막 삼일째 되는 날이었다.

만원에 육박하는 택시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된 것은 내가 기자가 되어 겪어 본 가장 큰 특권이었다. 내가 택시 기사님과 나눴던 얘기라곤 그저 “요즘 택시 영업은 어떠시냐”, “번화가에서 심야택시가 부족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처럼 누구나 택시 안에서 나눌 수 있는 수준이었기에 요금을 받지 않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았다.

기사님은 내가 냈던 카드를 돌려주면서 “기자님이 이 새벽에 사회를 위해서 고생하시는데 제가 그냥 태워드려야죠”라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받은 호의에 기뻤지만 동시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가 이런 호의를 받을 자격이 되는 걸까. 수습기자 교육 방식인 경찰서 ‘마와리’(경찰서를 돌아다니며 사건을 취재하는 것)를 시작한 이래 다른 동기들처럼 ‘단독’거리를 챙기지도 못했고, 이렇다 할 성과를 낸 적도 없었다. 우왕좌왕 시간에 쫓기며 택시를 타고 이 경찰서에서 저 경찰서를 계속 돌아다니기만 했다. 고생만 했지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좋은 기사를 쓴 적도 없는 내가 부끄러워졌다.

지난 8월19일 입사 전 최종 전형 단계인 ‘심층 면접’ 때는 “외교안보 기사에 강한 세계일보, 특종에 강한 세계일보에서 일본전문기자가 되겠다”고 외쳤다. 이날로부터 3주도 채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지난 3일 동안의 경찰서 마와리는 긴장과 압박의 연속이었다. 매일 경찰서 2진 기자실의 냄새 나는 침대에서 2∼3시간 쪽잠을 자고, 하루 내내 경찰서를 돌아다니며 2시간마다 직속 선배(1진)에게 전화로 취재 내용을 보고한다.

일본 전문기자가 되어 특종 보도를 하겠다던 꿈은? 마와리를 핑계로 입사 전 품었던 ‘꿈’과 ‘패기’를 잊지 않았었는지 되돌아 본다. 내가 무너지면 아쉽게 불합격한 다른 지원자들에게 도리가 아니라는 점도 깨닫는다. 6개월간 정식 기자가 되기 위해 전력투구하지 않으면 ‘수습기자’에서 ‘수습’이라는 두 글자를 떼는 것은 불가능하다.

“안녕하세요. 세계일보 고재영 기잡니다.”

취재원들을 만날 때마다 내뱉는 이 첫마디에 담긴 의미가 무겁다.

고재영 기자 tokuda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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