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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글, 그 위상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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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05 22:00:25 수정 : 2014-10-05 22: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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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568돌 한글날을 맞는다. 우리는 한글날 공휴일도 되찾아 이날의 의미를 되새기며 더욱 자부심을 갖게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 현실을 살펴보면 씁쓸한 부분이 없지 않다.

인터넷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병들고 뒤틀린 말, 영어에 휩쓸린 기형아 같은 말이 마구 생산되기도 한다. 최근엔 ‘마피아’에 한자말 접두사를 넣어 ‘관피아’, ‘철피아’, ‘촌(村)피아’라는 말까지 공공연히 쓰이고 있다.

아직도 한자를 국자(國字)라 숭상하고 초중고 교과서와 공문서에 한자를 섞어 쓰자고 주장하며 국어기본법이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내는 한자 사대주의에 빠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거리에는 영어간판이 즐비하고, 기업체나 회사 이름, 아파트 이름도 외국어로 바뀐 지 오래다. 또 대학 평가에서는 국제화 부문에 영어 강의가 많을수록 점수를 높게 매긴다고 한다. 교수들은 국어학에 관한 논문도 영어로 써 내야 인정을 받는 형편이다. 이 또한 세계화를 앞세운 영어 사대주의가 아닌가.

지금 한글은 그 만듦의 우수성에 힘입어 정보화시대에 일등 주자로 달리고 있다. 컴퓨터 자판도 으뜸이고 휴대전화기 자판도 12개로 해결한다. 중국어, 일본어는 물론 영어도 자판 배열의 단순화가 불가능해 한 글자 한 소리인 한글보다 속도가 느리다. 음성인식의 우수성도 한글이 단연 우수하다. 유비쿼터스 시대에 이는 결정적인 장점이 된다. 한글이 발음기관을 본떠 만든 과학성 때문에 정보기기와 로봇의 음성 인식률을 높여 주는 것이다.

한글은 이미 세계 일등 문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우리가 평가한 것이 아니고 세계 언어학자들의 학술대회, 그리고 글자를 평가하는 문자올림픽에서의 1등 등이 말해준다. 한글 자모 24개를 조합해서 만들 수 있는 글자 수는 무려 1만1172개나 된다. 그중 우리가 사용하는 글자 수는 8800개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는 중국어·일본어 각각 500, 영어 300여 개의 소리 표현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사실상 세계 7000여 개의 언어를 가장 원음에 가깝게 적을 수 있는 글자는 한글밖에 없다.

이에 따른 소수민족 한글 보급은 태국 라후족을 시발로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 볼리비아 아이마라족, 남태평양 솔로몬 군도 등 지구촌의 문맹 퇴치를 한글이 도맡아 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의 한국어 사용자 수가 12위권, 한류 열풍을 타고 각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도 식을 줄 모른다.

우리가 이 흐름을 이어 한글을 세계 공용어로 우뚝 세우기 위해서는 할 일이 많다. 우선 우리나라 대문의 얼굴격인 광화문 현판부터 한글로 달아야 한다. 영어에 몰입하는 교육정책은 우리 말글을 바로 세우는 국어교육에 중심을 둬야 하며, 정통성 있는 국어 교육을 위해 현행 국어교과서 검인정제는 국정교과서로 다시 전환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일은 우리가 한글과 우리말을 바르게 쓰고 가꾸는 일이다.

이참에 우리 말글 생활을 되돌아보고, 한글로 배워 이룩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나라의 힘을 키우는 일도 함께해야 한다.

구법회 한글학회 평의원·전 연수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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