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의 마도 해역에서 발굴 작업을 진행 중인 누리안호. 뒤로 보이는 섬이 마도다. |
연구소 홍광희 주무관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마도 해역에서 나온 배는 세 척. 2009∼11년 고려시대의 선박인 마도 1·2·3호선이 해마다 발굴됐다. 세 척은 청자, 목간, 당대의 곡물 등 1940점의 유물을 품고 수백년의 잠에서 깼다.
선체 조각의 발견을 ‘마도 4호선’의 출현으로 봐도 될까. 담당자들은 좀 더 확인해봐야 한다며 신중했다. ‘선체 조각=고선박’이라는 등식은 없다. 선박이라고 할 만한 형태를 갖추었거나, 대량의 유물 발굴이 있으면 고선박의 발굴이란 ‘영예’를 부여한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그저 선체 조각일 뿐이다. 홍 주무관은 “해당 지역의 개펄이 워낙 단단해서 확인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누리안호의 잠수부들의 발굴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잠수부들의 머리에 달린 통신, 영상, 조명 장비 등을 통해 수중의 작업 모습을 누리안호 통제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마도 해역을 둘러보니 그럴만도 하다 싶어진다. 깊숙이 들어온 바다를 육지가 품은 듯한 만(灣)의 지형이다. 큰 바다의 거센 바람과 파도를 피해 쉬어갈 기착지로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다.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 강화도 등을 향해 남해안에서 올라오던 많은 배들이 마도 해역을 찾았고, 이 배들 중 일부가 침몰했을 것이다. 배의 주인과 선원들에게는 불행이었겠으나 지금의 수백년 전의 자취를 전하는 ‘타임캡슐’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마도 해역에 발굴된 150여개의 닻돌은 이런 추론을 받침하는 증거다. 배와 운명을 같이했을 닻돌이 많다는 건 침몰선이 더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닻돌은 수중문화재의 보고인 마도 해역의 위용과 가능성을 웅변하는 유물이다. 지금의 인력, 장비 수준이라면 마도 해역에서는 앞으로 최소 10년은 더 발굴이 진행되어야 한다.
태안보존센터에서 보관 중인 마도 해역의 닻돌. 마도 해역에서는 지금까지 150여개의 닻돌이 나왔다. 닻돌은 이곳 바닷속에 발견되지 않은 고선박이 더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
보관동에 전시될 유물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유물이 마도 3호선이 될 것이다. 길이 12m, 너비 8m, 깊이 2.5m의 이 배는 지금까지 확인된 고선박 중 가장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어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발굴 당시 유실 위험이 있는 일부 선체만 꺼내고 나머지는 바닷속에 다시 묻어두었다. 보관동이 완성되면 통째로 퍼내어 보존처리를 거쳐 전시할 예정이다. ‘분해→보존처리→재결합’의 과정을 거쳐 전시되는 다른 고선박과는 다른 취급이다. 수백 년 세월을 견뎌 온 그 모습을 최대한 유지해 선보이기 위해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태안=글·사진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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