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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사직단 복원, 주민 불안부터 없애야

입력 : 2014-10-22 20:06:33 수정 : 2014-10-22 22: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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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22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연 ‘사직단 복원정비 기본계획 수립 공청회’가 끝날 무렵 진풍경이 연출됐다. 공청회의 효력(?)을 놓고 참석자들이 찬반 투표를 벌인 것이다. “공청회가 무효라는 데 찬성하시는 분 손드세요”라는 한 참석자의 말에 상당수가 호응했다. 공청회는 2시간여 만에 아수라장으로 끝났다.

사직단(사적 121호)은 토지·오곡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제단으로 민본주의 전통을 상징하는 문화재다. 민족 정기를 끊겠다며 일제가 마구 훼손했고, 지금껏 이어졌다. 공청회는 문화재청이 마련한 복원안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문제는 복원을 위해 사직단 주변 매동초등학교, 종로도서관, 어린이도서관 등을 철거하거나 이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날 발표한 자료에는 ‘장기 과제’로 포함됐다.

대상 시설이 삶과 직결되는 것인 만큼 참석자들은 복원 일정과 방향, 예산 등에 대한 질문과 의견을 쏟아냈다. “사직단 복원이 주민들의 삶을 피폐화시킨다” “계획을 이미 정해놓은 것 아니냐”는 등 분노와 불신이 가득했다. 문화재청은 “확정된 것은 없다.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으나 누가 봐도 시원찮은 답이었다. 급기야 참석자들은 책임있는 답변을 할 수 있는 관련 단체, 담당자가 참석하는 ‘다음 공청회’를 요구했다. 이마저도 답은 없었다.

문화재 보존·복원 정책이 주민들의 생활공간과 충돌하고, 재산권 행사를 제약할 때 갈등은 첨예해진다. 이럴 때 문화재는 ‘찬란한 유산’이 아니라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주민들의 이해, 양보가 그래서 꼭 필요하다. 그런데 이날 공청회에서 문화재청은 용역의 결과물인 기본계획을 제시하고도 “확정된 것은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고 했지만 다음 공청회를 열어 달라는 요구에 가타부타 답할 책임자조차 없었다. 한 참석자는 “구체적인 답변이 없어 불안만 커졌다”고 꼬집었다. 문화재청이 공청회를 요식행위로 여기지 않는다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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