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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5명 중 1명 '임신순번제' 경험, 순서 어기면 중절수술 강요까지

입력 : 2014-10-27 08:57:29 수정 : 2014-10-27 16: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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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임기 간호사를 대상으로 하는 비인권적인 '임신 순번제'가 뿌리 뽑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 민간 병원을 막론하고 많은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한꺼번에 임신하면 업무에 지장을 준다며 순번을 정해 임신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는 것.

27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최근 조합원 1만82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간호사 5명 중 1명이 '임신 순번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간호사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10시간 가까이 됐고 임신한 간호사 가운데 22%가 야근했으며 유산을 경험한 경우도 18.7%에 달했다.

지방 모 병원의 경우 한 달 사이 간호사 네 명이 한꺼번에 임신을 하자 "이번에 네 순서가 맞느냐"고 질책까지 했다는 것.

어렵게 임신한 간호사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최우선적으로 축하를 먼저 받아야 될 일인데 부서장이나 위에서부터 대놓고 '네 순서 맞니?', '굳이 이번에 낳아야 되겠니? 남한테 피해 주는 건 생각 안 하고…'"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순서에 맞지 않는 임신을 했다며 수간호사로부터 임신기간 내내 추궁을 받았다는 피해 간호사는 "'계속 대책을 내놔라' 하면서 정말 애 낳는 날까지 계속 괴롭혔어요. 임산부, 모성보호 차원을 넘어서 인격적으로 인권적인 문제가 너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순번이 아닌데 다른 사람과 겹쳐 임신했을 경우 질책을 염려해 중절 수술까지 받는 경우도 있다.

유산을 경험한 간호사는 "출근해서 입덧하는 걸 수간호사가 어떻게 참고 보겠어요. 12주 때에 유산을 시켰어요"라고 털어 놓았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임신 순번제'가 있다는 응답이 17.4%였고 사립대병원이 20.7%(230명)로 특히 높았다. 특수 목적 공공병원도 20.2%(56명)로 인권침해가 만만치 않았다.

보건의료노조는 부서장의 지시 아래 주로 임신순번제가 이뤄지며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근무 불이익과 직무 스트레스로 부서를 옮기는 사례도 많다는 것.

한편 지난 9월 25일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의 경우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 여성 노동자에게는 근로시간 단축제도(근무시간을 하루 2시간 단축)가 운영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측은 "24시간 3교대 근무제,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업무 특수성 탓에 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한 근무형태와 인력 충원 보장 없는 이상 이 제도는 그림의 떡이다"고 비판했다.

인구 1천명당 우리나라의 간호사 수는 2.37명으로 OECD 평균 6.74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부족한 인력 등으로 인해 임신순번제라는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묵인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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