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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용어 설명부터 유물 보수까지… 현지 ‘눈높이교육’ 관심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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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06 10:07:08 수정 : 2014-12-06 1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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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硏 ‘미얀마의 경주’ 바간 기술교육 지난달 23일 오전 5시 미얀마 양곤의 공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미얀마에 파견한 문화재 보존 기술교육팀의 이재성 연구사는 일행들이 먹고 남긴 도시락통을 챙겼다. 아침 대신으로 호텔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미얀마에는 문화재 보존작업에 필요한 기초적인 도구, 재료가 없습니다. 이만 하면 유물을 담는 용기로 쓸 만할 겁니다. 여기 사람들이 구하기에 어렵지도 않을 거고요.” 교육팀의 목적지인 바간은 미얀마의 불교 성지이자, 최대 유적지로 한국의 경주와도 같은 곳이다. 기가 막힌 유적, 유물이 널린 곳이지만 보존 기술이라고 할 만한 게 거의 없다. 교육팀의 최대 과제는 미얀마의 열악한 현실에 맞는, 외부의 도움 없이도 지속할 수 있는 ‘눈높이 교육’이었다. 교육 일정은 ‘도시락통 모으기’로 시작하고 있었다. 

미얀마 바간의 평원에 펼쳐진 크고 작은 탑과 사원은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탑, 사원은 5000개 이상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 남아 있는 것은 2300여개 정도로 알려져 있다.
#최고의 유적·유물… 보존은 위기


해질 무렵 쉐신도 사원에서 내려다본 바간은 장관이었다. 넓은 평원과 그곳에 산재한 크고 작은 탑, 사원이 어우러진 풍경은 불교가 꿈꾼 낙원은 이런 곳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을 들게 했다. 그것은 또 바간이 누렸던 번영의 증거였다. 바간은 아노리타 왕이 주변 지역을 통일한 11세기 초 전성기를 맞았다. 왕은 왕조 통합, 왕권강화를 위해 불교에 귀의했고, 이후 수백년간 탑, 사원이 건설됐다. 1996년 유네스코는 5000개 이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현재 남아 있는 것은 2300여개 정도다. 예술적, 건축적 성취가 탁월한 탑과 사원,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문화가 생산해 낸 수많은 유물은 바간의 옛 영화 자체였다.

하지만 ‘보존’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위기가 도드라졌다. 12세기 초에 건설된 ‘아난다 사원’은 바간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그러나 건물의 상당 부분이 검게 때가 타 있고, 내부의 벽과 벽화 곳곳에 박락이 있었다. 11세기 후반의 건물인 ‘난 사원’은 붕괴 위험 때문에 철제 구조물을 세워뒀다. 박물관 소장 유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미얀마 최대 규모의 바간지구 국립고고학박물관에는 떨어져 나간 부분을 시멘트로 대충 메우거나, 관람객의 손길에 훼손된 전시물이 있었다.

교육팀 이태종 연구사는 “탑, 사원은 동물 배설물, 공기 중 오염물질에 의해 훼손되어 있고 식물 뿌리, 이끼 등에 의한 생물 피해도 크다”며 “이곳 사람들에게 문화재는 종교적 숭배의 대상이란 성격이 강해 장기적으로 보존해야 할 대상이란 인식은 약하다”고 진단했다. 

바간 아난다 사원 세척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세척을 한 오른쪽 부분과 하지 않아 지붕 등이 새까만 왼쪽 부분이 뚜렷이 대비된다.
#열악한 기술 수준, 눈높이 교육이 핵심

바간박물관 베이비(50·여) 부관장을 만나 보존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고 물었다. 착잡한 표정이었지만 대답은 솔직했다. “무엇이 얼마나 훼손되고 위급한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술적인 지식을 우리는 갖고 있지 않다.” 박물관 뒤편 한 건물에서 진행된 기술교육은 이런 진단의 실체를 보여줬다. 24일부터 시작된 5일간의 교육은 기본 용어 및 재료, 도구 설명으로 시작해 오염물 제거, 유물 세척, 손상 부위 강화 처리로 이어졌다. 보존처리의 가장 기초적인 내용이다. 교육 참가자들 중에는 박물관 중견 직원도 있었지만 이마저도 ‘첫경험’이었고, 당연히 서툴렀다. 보존처리 작업을 시작하기 전 유물에 손상을 줄 수 있는 금속성의 시계, 반지 등을 풀어야 한다는 것도 알려줘야 했다. 오염물을 너무 강하게 갈아내 유물의 원래 표면을 손상시키는 ‘과감파’가 있는가 하면, 제대로 제거하지 못해 번번이 지적을 받는 ‘소심파’도 있었다.

시설, 재료, 경험 등 모든 것이 절대 부족의 상태이기 때문에 눈높이 교육이 핵심이었다. 연구소 유재은 복원기술연구실장은 “철저하게 이곳 수준에 맞춰 교육을 계획했다”며 “우리의 시각, 입장에서 교육하면 이곳 사람들이 소화할 수 없다. 외부의 도움 없이 유물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장비를 지원한다고 해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운영할 수 있는 인력, 소프트웨어가 태부족이기 때문이다. 

바간지구 국립고고학박물관에서 열린 문화재 보존 기술교육 참가자들이 국립문화재 연구소 이태종 연구사(가운데)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열의 넘치는 참가자들, “매우 흥미롭다”


참가자들은 즐거워 보였다.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하면 예외없이 달려들어 귀를 귀울였다. 교육 첫날 훼손된 유물을 보여줬을 때 처리방법에 대해 아무 말도 못했던 참가자들은 5일 후에는 맞건 틀리건 나름의 의견을 밝힐 정도의 발전을 보였다. 바간 박물관에서 16년을 일한 지 지 윈(40·여)씨는 “(유물을 측정한 걸) 기록하는 작업은 해봤지만 세척은 처음”이라며 “매우 흥미롭고 많이 배웠다”고 만족해했다.

유물을 직접 다뤄보는 드문 기회를 갖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즐기고 있었다. 바간은 워낙 유명한 유적지이기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전시 방법 조언, 이론 교육, 장비 지원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보존처리 기술을 가르쳐주는 경우는 별로 없어 실습에 대한 갈증이 크다. 베이비 부관장은 “미얀마는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인적자원 육성에 관심이 많다”며 “한국의 교육은 실무에 관한 것이라 우리 유물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향후에도 실습 교육이 지속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중요한 것은 교육이 끝나고부터다. 그들 스스로 교육 내용을 적용하고 지속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래서 교육팀은 바간 박물관에 간소하게라도 보존처리실을 만들고, 인력을 배치해보면 어떻겠냐고 권했다고 한다. 하지만 똑 부러진 답은 듣지 못했다.

바간=글·사진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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