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Koryosa choryo’… 해외 한국학 연구 저변 넓히다

입력 : 2014-12-11 20:29:05 수정 : 2014-12-11 20:29:05

인쇄 메일 url 공유 - +

‘고려사절요’ 첫 영어 번역본 출간 기념 학술발표회
조선 문종대에 발간된 고려사절요 실물(왼쪽 사진)과 고려사절요 영역본 표지 .
“일본과 중국의 고전들 중 상당수가 영어로 번역되었는데, 한국의 사료 번역은 왜 그렇게 미미한지 궁금한 생각이 자주 들었다.” 해외 한국학 1세대인 하와이대 에드워드 슐츠 명예교수의 지적은 해외에서 중국학, 일본학과 비교한 한국학의 위상과 현황을 보여준다. 연구의 기초 자료인 고전, 사료의 번역이 ‘미미하다’는 것은 해외 한국학의 갈 길이 그만큼 멀다는 이야기다. ‘고려사절요’의 영어 번역본이 처음으로 나왔다는 소식은 그래서 반갑다. 연세대 국학연구원은 지난 9일 영역본 고려사절요의 출간을 기념해 ‘고려사에서 고전 영역의 성과와 의미’라는 주제로 학술발표회를 가졌다.

고려사절요 영역 작업을 진행한 하와이대 에드워드 슐츠 명예교수.
조선은 건국 직후부터 고려의 역사를 정리하기 위한 사업을 벌여 1451년(문종 1년) ‘고려사’를 135권으로 완성했고, 한 해 뒤 이를 35권으로 압축한 고려사절요를 출간했다. ‘압축본’이긴 하지만 고려사에는 없는 내용도 담고 있어 고려 역사는 물론 한국사 전반의 이해를 위해서는 빼놓을 수 없는 책이다.

슐츠 교수는 918∼1392년의 고려 역사 중 1146∼1295년에 해당하는 의종∼고종 재위 기간의 내용을 영어로 옮겼다. 본격적인 번역 작업이 시작된 것은 2006년 연세대와 인연을 맺으면서였다. 연세대는 당시 한국학 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분량이 방대한 고려사 대신 고려사절요의 영역 사업을 먼저 시작했다. 슐츠 교수는 “영역한 고려사절요를 통해 (외국의) 학생들이 한국의 과거를 더 연구하고 싶어지거나, 일본과 중국, 유럽의 학자들이 자신들의 연구를 보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학연구원 도현철 원장은 “고대사나 조선 역사에 비해 고려 역사에 대한 관심이 덜했기 때문에 고려 관련 사료의 영역 작업도 이제까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 책이 고전자료 영역의 지침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빠진 고려사절요의 나머지 부분에 대한 번역 작업도 진행 중이다. 고려 역사 연구의 중요 자료인 ‘고려도경’의 영역본 출간도 조만간 마무리될 예정이다. 고려도경은 1123년 송나라 사신 서긍이 개성에 한달가량 머물며 고려의 문물을 관찰한 기록이다.

고려 역사를 다룬 사서 외에도 고대사, 조선사 자료에 대한 영역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삼국유사의 번역을 추진 중이고, 국사편찬위원회에서는 조선왕조실록 중 세종실록을 옮기고 있다. 국사편찬위원회 관계자는 “세종대는 조선 문화의 기틀이 만들어진 시기이기 때문에 우선 세종실록의 번역 작업에 착수했다”며 “세종실록만 해도 양이 많기 때문에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동북아역사재단에서는 조선초 국가운영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필 수 있는 세종실록지리지 번역 작업을 내년에 시작할 예정이다. 

고려사절요 영역본 출간을 기념해 지난 9일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에서 열린 학술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연세대 국학연구원 제공
번역 대상인 역사서들 모두가 한국사 연구의 기본 자료라는 점에서 해외 한국학 연구의 저변을 넓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작업 자체가 워낙 까다롭고, 구조적인 기반도 약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고려도경을 번역 중인 서울대 셈 베르메르쉬 교수는 “한글 번역과 달리 영어 번역은 원문의 용어에 매달릴 수 없다”며 “예를 들어 ‘尙書’(고려상서성의 정3품 관직)는 한글로는 ‘상서’라고 표시할 수 있지만 영어로 (발음을 그대로 표기한) ‘sangseo’로 옮겨서는 독자에게 도움이 안 된다. 이럴 때는 다소 주관적으로 해석해 적합한 영어 표현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연세대 이인재 교수도 “1990년대 초반 고려사 색인 작업을 할 때 몽골, 중국 인명을 어떤 발음으로 표현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지만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다”고 자신을 경험을 소개했다. 한 대학의 교수는 “관련 기관에서 제시하는 영문 표기법이 저마다 다르고,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학계에서 진지한 토론을 거쳐 바로잡아 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유 ‘사랑스러운 매력’
  • 아이유 ‘사랑스러운 매력’
  • 영파씨 지아나 ‘완벽한 미모’
  • 이세영 '상큼 발랄'
  • 에스파 카리나 '깜찍한 볼 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