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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 "부당한 처우 앞에 늘 약자인 문화예술인의 버팀목 될 것"

입력 : 2015-01-06 20:31:51 수정 : 2015-01-06 21: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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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헌 문화예술공정위 초대위원장 “임금 체불, 계약 위반, 차별 대우 등 불공정한 관행들을 바로잡아 그간 약자의 입장에 놓여 있던 문화예술인들에게 더 이상 부당함과 억울함을 안겨주지 않겠다는 겁니다.”

김규헌(60) 문화예술공정위원회 위원장은 “문화예술 분야는 국내뿐만 아니라 이미 한류를 타고 해외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만큼, 보다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미래를 열어가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며 “분쟁에 대한 사실관계를 규명해,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들을 실질적으로 구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라 할지라도 문화예술공정위원회에 대해 아는 사람은 드물다. 문체부의 세종시 이전과 짧지 않은 장관 공백 기간 탓에 본격적인 홍보를 못했기 때문이다. 

김규헌 위원장은 “실수가 아닌, 악의적으로 저지른 죄는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간 적당히 묵인해 오던 불공정한 관행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적어도 약자 입장에 놓여왔던 문화예술인들에게 더 이상 부당함과 억울함을 안겨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다.
김범준 기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7월, ‘문화예술용역관련 금지행위 심사지침’을 마련하고 법률·회계·노무·문화콘텐츠 분야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금지행위심사자문위원회’를 설립, 초대위원장으로 김규헌 변호사를 내정했다. 김 위원장은 ‘금지행위심사자문위원회’보다는 ‘문화예술공정위원회’가 설립 취지에 적합하다고 판단, 명칭을 변경해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문화예술공정위원회는 문학·미술·사진·건축·음악·국악·무용·연극·영화·연예(방송)·만화 등 11개 분야에 걸쳐, 예술창작·실연·기술지원 등 용역에 관한 기획·제작·유통업에 종사하는 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한 계약 조건을 강요하는 행위 ▲예술인에게 적정한 수익 배분을 거부·지연·제한하는 행위 ▲부당하게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방해하거나 지시·간섭하는 행위 ▲예술인의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 등을 한 경우 사실조사를 통해 문체부에서 시정명령 및 과태로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분쟁조정의 기능도 수행한다.

“예술인들이 자신의 창의적 한계 때문이 아니라 부당한 대우 탓에 피해를 입다가 결국 떠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습니다. 잘못된 관행에도 어쩔 수 없이 끙끙 앓을 수밖에 없었는데, 위원회가 그들의 응어리를 풀어주고, 보다 나은 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진작 이런 기구가 있었어야 했다며 기대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많거든요. 예술인들에게 위원회의 존재는 든든한 힘이 될 겁니다.”

위원회는 지난 6개월 사이 접수된 90건 가운데 14건을 사건종결 조치했고, 4건은 조정 완료했으며, 10건 조정 중, 23건 사실조사 중, 그리고 39건에 대해 소송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며 인기를 누리던 총체극 ‘점프’의 경우에는 5년간 출연료를 지급받지 못한 신고인과 이미 파산상태에 들어간 공연단체 대표 사이에 상호 승복할 수 있는 조정안을 내놓아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현재 예술인복지재단에 4인으로 이루어진 사무국을 꾸렸고, 곧 주무관과 사무관이 충원될 예정이다.

“우선 올해부터 11개 분야의 현황을 파악한 백서를 낼 겁니다. 통계를 포함한 백서를 잘 만들어야 정리가 되고 해결 방안이 나오며 업무가 이어지거든요. 30년간 해온 일과 비슷하기 때문에… 다시 검사가 된 기분입니다. 하하.”

뮤지컬 ‘점프’
어쩌면 김 위원장과 위원회의 인연은 운명일 듯싶다. 그가 누구던가. 2002년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연예기획사 비리 수사가 그의 역작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으로 재직하던 그는 주요 기획사들을 압수수색하며 기획사 대표와 방송사 PD, 스포츠지 기자 등 20여명을 구속하고 30여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사회적 파장이 컸던 만큼 외풍도 심했다. 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 반 만에 그는 충주지청장으로 발령받는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그를 ‘적임자’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60년 인생 동안 문화와 함께해온 그가 문화계 안팎의 사정을 두루 잘 아는지라 탁상행정과는 거리를 둘 것 임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검사 시절 그의 별칭은 문화를 향유하는 ‘아트검사’, ‘법조계의 엘비스 프레슬리’였다.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클래식과 팝 음악을 섭렵했다. 1년에 그가 관람하는 공연만 120여회. 종종 발레음악을 해설하던 그는 재작년 봄, 발레연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마가렛 미첼의 원작을 발굴하는 출판인 해럴드 레이섬 역을 맡아 직접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선보였다.

같은 해 한국발레협회로부터 공로상인 디아길레프상을 수상했다. 재즈보컬리스트 윤희정의 콘서트에선 보컬리스트로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그가 수십명의 조직폭력배들을 검거하던 현장의 일화는 강우석 감독의 영화 ‘공공의 적 2’의 도입부에 소개됐다.

“백범 김구 선생은 이미 당대에 ‘문화’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와 경쟁해 나가는 힘은 앞으로 문화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위원회 활동을) 제대로 ‘똑’소리 나게 해보겠다는 것입니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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