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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깊어지는 불황, 주부들 일터로 내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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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23 05:00:00 수정 : 2015-02-15 16: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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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모(36)씨는 이른바 ‘경력단절녀(경단녀)’다.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우고 나서보니 남편 외벌이로는 아이들의 교육비 등 생활비 감당이 안되서, 최근 중소기업에 수 차례 입사 지원을 해봤지만 번번이 탈락의 고배만 마셨다. 팍팍해져 가는 집안 살림에 마냥 기업의 취업 공고만을 기다릴 순 없어, 지난해 12월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김씨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생긴다면 언제든 알바를 그만두고 취업을 하겠지만, 경력단절 여성이라 언제쯤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코웨이 등의 대기업에서 우리 같은 경단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하길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거라도 알아보는 중”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집에서 가정주부로 지내면서 육아와 가사를 도맡아 온 중년 여성들이 일터로 내몰리고 있다. 물론 여성 고용이 활성화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팍팍한 가계 살림살이 때문에 취업을 선택한 중년 여성들이 주로 질 낮은 비정규직·시간제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0·50대 여성 고용률은 각각 65.1%, 60.9%로 관련 통계 기준이 변경된 1999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40·50대 여성 10명 중 6명 이상이 노동 시장에 뛰어들어 일자리를 잡았다는 의미다.

◆ "40·50대 중년여성 일터로 나왔다" 10명중 6명, 사상 최고

취업자뿐 아니라 실업자까지 합친 경제활동참가율도 역대 최고치다. 40대는 66.7%, 50대는 62.3%로 나타났다. 지난해 여성 전체의 경제활동참가율(51.3%)과 고용률(49.5%)이 모두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은 일터로 나온 중년 여성들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이 고공행진하는 이유는 가사나 육아, '쉬었음' 등 상태에 있던 비경제활동인구(비경활인구)가 줄어든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40대 여성 비경활인구는 1년 전보다 3만4500명 줄어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50대 여성 비경활인구는 3만5400명 줄었는데, 전년 대비로 이 연령대 여성 비경활인구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 가계소득 정체, 불안한 노후가 가장 큰 원인

남성과 여성을 통틀어 지난해 전체 비경활인구는 1597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24만5700명 줄었다. 비경활인구가 줄어든 것은 2004년 8만3100명이 감소한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는 중년 여성들의 고용시장 진출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줄어든 전체 비경활인구를 분석해보면 육아를 하다가 고용시장에 진입한 사람이 3만9000명, 가사일을 하다 진입한 사람이 13만1000명이었다. 이는 가정주부들이 상당수 취업을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비경활인구의 감소는 50대를 중심으로 여성의 노동 시장 진출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며 "가계소득 정체와 불안한 노후 준비 등으로 일자리를 찾는 중년 여성들이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비정규직과 시간제 일자리 등 질 낮은 일자리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여성 고용을 늘리는 방향의 정책은 긍정적이지만, 질 좋은 일자리 증가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미취업여성 80% "시간제 일자리가 좋아요"

이와 함께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 10명 중 8명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3년 10월 한 달 동안 30세 이상 미취업 여성 1000명과 취업여성 500명을 상대로 시간선택제 일자리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취업 여성의 84%가 시간제 일자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전일제를 선호하지만 시간제 일자리 취업도 가능하다는 응답은 8.6%, 전일제만 원한다는 대답은 7.4% 등에 그쳤다. 미취업 여성들이 시간제 근로를 희망하는 이유는 ‘자녀보육·교육’이 40.6%로 가장 높았고 ‘개인시간 활용(21.2%)’, ‘많은 시간 근무하지 않아서(11.4%)’ 등이 뒤를 이었다.

원하는 근로시간은 하루 평균 5.12시간으로 주 25.6시간이고 희망급여는 ▲80만∼100만원(39.5%) ▲100만∼150만원(25.0%) ▲50만~80만원(23.6%) 등 순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일자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은 ‘일·가정의 양립 가능성(42.3%)’, ‘적성과 능력(22.2%)’, ‘근무시간 조정 가능성(10.3%)’ 등이다. 취업경험이 있는 경력단절 여성들이 직장을 그만둔 이유(복수응답)는 ‘결혼(41.2%)’, ‘임신·출산(34.5%)’, ‘자녀 양육(25.6%)’ 등의 순으로 나왔다.

하지만 전일제 근로여성 중 시간선택제로 전환하거나 이직을 희망하는 비율은 33%에 그쳤다. 이유로는 ‘필요성이 없어서(60.6%)’, ‘현재 임금수준 유지를 위해서(25.7%)’ 등 응답이 많았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 필요한 지원정책을 묻는 질문에서는 ▲‘보육 및 취학아동 돌봄 서비스 확대(58.6%)’ ▲‘시차출퇴근제 등 유연근무제도 도입(38.0%)’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28.2%)’ 등이 제시됐다. 시간선택제 활용도를 높이는데 필요한 정책으로는 시간비례 임금·복리후생 보장(73.2%), 적합일자리 창출(44.2%), 고용안정 보장(37.8%) 등을 선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통계수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여성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 "바보야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야"…대안은 없나?

한편, 정부가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아 ‘일자리 늘리기’를 추진 중이지만,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방침과는 달리, 단순 노무직 등이 대폭 늘어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고용정보원 등에 따르면 2013년 11월 기준 일주일에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2만2000명 늘어 6.9% 증가했다. 전체 취업자가 전년 동월보다 2.4%(58만8000명), 36시간 취업자가 1.7%(35만6000명)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36시간 미만 취업자의 증가 폭이 3∼4배 더 큰 것이다.

2012년 11월의 경우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2011년 동월에 비해 9만6000명 감소하고, 36시간 이상은 45만5000명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양질의 신규 일자리는 줄고 안 좋은 일자리가 늘었다. 새로운 일자리가 2013년 11월 60만명에 육박하는 58만8000명으로 2013년 9월(68만5000명) 이후 1년 2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어났지만, 근무시간이 적은 임시직이나 단순직이 일자리 증가를 이끌고 있다.

실제 정규 근로시간이 36시간 미만인 취업자의 직종별 현황을 보면 단순직 증가가 대부분이다. 2013년 11월 기준 36시간 미만 취업자 중 단순노무종사자는 2012년 동월보다 12만5000명이나 늘어 절반이 넘는 56.3%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1∼17시간 이하로 일하는 취업자는 11만3000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 경력단절여성·실직자도 국민연금 받게 한다

앞으로는 경력단절여성도 보험료 추후납부가 가능해져 노후에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또 실직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해 나중에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우려가 컸던 실직자도 노후소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이런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결방안을 담은 2015년 업무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전업주부 중에는 젊은 시절 직장에 다니며 국민연금에 가입했지만, 결혼 후 퇴직해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느라 별도로 노후준비를 할 수 없었던 경우가 많다. 정부는 보험료를 한 번이라도 낸 이력이 있는 전업주부에게 보험료를 내지 않은 기간의 전체 보험료를 나중에 한꺼번에 내면 국민연금 수급자격을 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민연금법을 2월중 개정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과거 국민연금에 3년 가입하고 결혼하고서 58세가 된 주부는 2년간 임의가입하더라도 전체 가입기간이 5년에 불과, 최소 가입기간 10년을 채울 수 없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월 99만원 소득기준, 5년치 보험료에 해당하는 총 530만원을 추후에 내면 20년간 약 4000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그간 국민연금을 받을 자격이 없던 전업주부 등 446만명이 이런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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