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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풍납토성 백제왕궁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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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27 21:16:39 수정 : 2015-01-27 21: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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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풍납토성에서 백제 왕도인 하남 위례성의 유물이 발견된 것은 18년 전 이맘때이다. 필자는 1997년 초 풍납토성 현황과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단을 구성해 성곽의 측량작업을 진행하던 중 토성초등학교 부근에서 높은 펜스를 치고 대규모 아파트공사를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여러 차례 내부 진입을 시도하던 끝에 간신히 공사장에 진입해 불에 탄 건물의 소토와 백제토기 조각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그 순간을 ‘한국판 폼페이의 발견’이라고 한다. 2000년 전의 백제 왕궁유적이 발견된 역사적인 순간이다.

그런데 문화재청은 그 한국판 폼페이 유적을 지키지 못하고 다시 인멸 위기에 처했다. 풍납토성 내에는 과거 발굴로 유적이 드러난 ‘경당지구’ 부근을 2권역이라고 하여 토지보상지역으로 묶고, 그 외의 유물 매장 예상지역을 3권역이라 하여 2000년부터 지상 15m 5층 건물로 규제해 왔다. 그런데, 얼마 전 문화재청은 이 3권역을 완화해 지상 21m, 7층 건물을 짓도록 하는 ‘풍납토성 보존 관리 및 활용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이형구 선문대 석좌교수·고고학
건축학계에서는 토성 내에 지하 2m까지 발굴해 ‘메트공법’으로 기초를 하고 7층 건물을 짓는다 해도 지반이 충적층으로 형성돼 유적 훼손도 문제이지만 그보다도 건물 자체가 도괴의 위험성이 있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토성 내에 신축건물이 들어서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는 시점에 많은 지장을 받게 된다. 3권역은 일찍이 1964년 풍납토성을 발굴할 때 1∼3시굴갱과 C∼G발굴지점의 지하 2, 3m에서 백제시기의 유물이 출토됐었다. 지금은 2, 3층 연립주택형 건물이 밀집한 지역이라 지하 2, 3m에 있는 백제 유물포함층과 유적은 온전하다고 보아야 한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1998∼2007년까지 10년 동안 풍납토성 전역에서 소규모 주택신축 예정부지 136개소를 시굴조사한 결과 단 4군데를 제외하고 모든 지역에서 빠짐없이 백제시대 문화층이 안정적으로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풍납토성 내의 모든 지역을 사적으로 지정해 보전해야만 한다. 이탈리아 로마 시내를 모두 발굴해 로마를 사적지로 보호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백제의 풍납토성도 백제 유적과 유물이 대량으로 발견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발굴없이 모두 보존해야만 한다. 춘천 중도 레고랜드 부지, 충주 스포츠타운 부지 등 전국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공사가 진행될 때 마다 중요한 유적이나 유물이 나오는데도 문화재청은 어김없이 해제 우선이다. 재고하기 바란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고대 왕도 유적을 보존해 경쟁적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고 있다. 한 예로 일본은 오사카성의 정문 앞에 있는 나라시대의 도성인 나니와노미야(難波宮)를 보존하기 위해 오사카시와 공동으로 1954년부터 10만평에 가까운 초특가 토지를 매입해 유적을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서울 2000년의 역사가 시작된 풍납토성을 명실상부한 백제 왕궁유적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적극 나서 국가사적 확대 지정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형구 선문대 석좌교수·고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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