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성 증대 위한 콘텐츠 개발 시급 최근 수명이 급격하게 늘어가면서 과거에는 단순하게 ‘노인’으로 지칭되던 인구계층을 일컫는 용어가 다양화되고 있다. 연령을 기준한 ‘고령자’라는 어휘와 사회적 역할의 증대와 참여라는 의미에서 ‘시니어’ 혹은 ‘액티브 시니어’라는 용어 또한 빈번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환갑(還甲)은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통과의례의 하나였으며, 핵심적 일상 의례였다. 우리의 전통 문화는 환갑을 자신이 태어난 간지가 60년마다 같은 이름을 가진 해가 되어 돌아온다는 의미로 회갑(回甲)으로 부르기도 했으며, 평균 수명이 짧았던 과거에 장수(長壽)를 의미하는 것으로 60세의 생일을 가족과 인척의 축하 속에 기념하곤 했다. 하지만 환갑을 넘긴 사람을 노인으로 보던 시선은 이미 과거의 현상이었으며, 최근 조사에서는 심리적 측면에서의 노인에 대한 인식은 60세를 넘겼음은 물론 70세를 넘기 시작했다.
우성주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문화인류학 |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우리 사회에서 스마트폰이 정착된 지 5년이 넘어가고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시간이 갈수록 50대 후반 이후의 고령층 신규 사용자의 비율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세대와 적극적 경제주체 중심으로 보급됐던 스마트 디바이스가 이제는 50대를 넘어서 60대와 70대를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한국콘텐츠진흥원 (KOCCA)의 지원으로 ‘시니어세대를 위한 스마트 콘텐츠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지능형 프레임워크 개발’ 연구 사업을 진행하면서 시니어 세대들의 스마트폰 이용 실태 분석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아날로그 세대 구성원인 시니어 세대는 분명 디지털 문화의 속성에 익숙지 않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 콘텐츠를 구성하는 요소로부터 소외돼 있을 것으로 생각됐으나 이들은 자발적이고 필연적인 소외자가 아니라 상황과 환경에 뒤늦지만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변화시켜가면서 디지털 문화에 적응하려는 적극적 주체자였다.
시니어세대의 스마트 기기 사용에 있어서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눈의 피로감이나 어께, 목 등의 불편감 등은 현실적으로는 10대와 20대 사용자들의 경우와 본질적으로 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니어 세대들은 자신들을 위해 특정화된 콘텐츠 개발이 매우 미흡하다고 인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신체적 기능과 감각에 맞지 않는 구성과 디자인, 기능 등에 따른 불편감을 호소하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는 활용도가 낮은 ‘밴드’ 등 폐쇄적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문화를 공유하고 공감하는 시니어 세대는 뒤늦게 습득하는 디지털 문화와 기술에 스스로를 꾸준하게 적용시키면서 디지털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소비적 주체로서의 적극성을 확인하고, 확인받고 싶어 한다 .
현재 50대 이상이 스마트 디바이스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50% 이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단순 정보검색에 편중될 수밖에 없으며, 대부분 스마트 디바이스 애플리케이션이 시니어 세대의 특성인 집중력의 저하, 느린 반응속도, 시력 감퇴, 색채 감각 변형, 시니어 감성과 가치 맞춤형 특성화 문화 콘텐츠 등을 고려하지 않은 콘텐츠라는 사실은 간과돼서는 곤란한 문제이다. 시니어 세대의 문화콘텐츠 이용 편의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스마트 콘텐츠 개발과 프레임워크 개발은 지속적 관심의 대상이 돼야 할 것이다.
우성주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문화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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