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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가자’ 진위논란 여전… 문화재 지정 험로

입력 : 2015-02-09 19:31:35 수정 : 2015-02-10 00: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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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最古 맞다” 용역결과 불구
“먹물 위조됐을 수도” 반론 거세
문화재청 “학계 논의 더 필요”
‘증도가자’(證道歌字)가 현존 최고(最古) 금속활자 인쇄물인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앞선다는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연구용역결과가 나왔으나 2010년 이래 계속된 진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증도가자의 출처 문제, 연구결과의 중요한 근거가 된 먹물의 위조 가능성 등에 대한 시각차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증도가자의 존재가 처음 공개된 것은 2010년 9월. 당시 경북대 남권희 교수는 증도가자 100여점을 분석한 결과 고려 고종 26년(1239) 목판본으로 인쇄된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보물 758호)의 글자체와 완전히 일치한다고 밝혔다. 1377년 간행된 직지보다 훨씬 앞선다는 점에서 세계 인쇄술의 역사를 바꿔야 할 주장이었다. 남 교수는 이후 증도가자에 묻어있는 먹물의 탄소연대 측정 결과를 근거로 1300년 직후 만들어졌으며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도 증도가자로 인쇄되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일부 학자들이 남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하면서 국회에서도 증도가자 문제가 제기되는 등 관심은 뜨거웠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절보다 138년 이상 앞선 것으로 추정되는 증도가자.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공개 직후부터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중원대 이상주 교수는 “증도가자와 증도가 목판본의 글씨를 비교한 결과 같은 글자라고 보기 어렵다”며 남 교수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바 있다. 활자의 출처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과 맞물려 진위 판단의 중요 근거가 먹물이 위조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주 오래된 먹물을 사용해 중국에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냐는 등의 의심이었다. 2011년 증도가자에 대한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신청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연구용역에 포함되지 않은 활자의 주조방식, 조판방식도 규명되어야 한다.

문화재청은 12일 열리는 문화재위원회에서 지정 절차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조심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9일 “이번 용역은 탄소연대 측정 등 과학적인 분석을 거쳤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객관성을 확보했다”면서도 “지정조사가 시작되어도 논란은 계속될 것 같다. 학계에서 좀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논란에 대해 “활자를 직접 연구한 것을 토대로 가짜라는 결과가 발표된 적은 없다. 그런 주장을 하려면 정확히 어떤 부분을 근거로 한 것인지부터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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