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범죄 명분은 하나로 통한다. 바로 ‘코란(꾸란)에 적힌 하나님(알라)의 말씀에 따른 성전(지하드)’이라는 것. 그들은 종종 한 손에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다른 한 손에 총을 들고 있는 모습을 공개한다.
하지만 전 세계 약 71억명의 인구 중 무슬림은 20억명 이상으로 28%가량을 차지한다. 코란이 폭력을 부추기는 것이 사실이라면 세계는 이미 전쟁으로 멸망했어야 한다. 일부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의 왜곡된 코란 해석으로 나머지 무슬림들까지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취급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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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에 악용되는 코란
코란은 정말 테러를 정당한 것으로 묘사할까. 각종 무장단체가 인용하는 코란 구절을 글자 그대로 읽어보면 ‘그럴 법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IS는 이달 초 요르단 전투기 조종사 화형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코란 구절을 인용해 “전투기 공습으로 우리 형제들을 불구덩이 속에서 숨지게 했으니 그대로 갚아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언급한 구절은 코란 5장45절이다. ‘하나님은 그들에게 명령하여 생명은 생명으로 눈은 눈으로 코는 코로 귀는 귀로 이는 이로 상처는 상처로 대하라 했으니…’라는 내용이 나온다. 받은대로 갚아주라며 보복을 부추기는 내용으로 보인다. 하지만 곧바로 ‘그러나 자선으로써 그 보복을 하지 아니함은 속죄됨이라…’라는 내용이 이어진다. 이는 의도하지 않은 사건에 있어서 가해자를 용서할 경우 피해자에게 더 큰 보상이 따른다는 뜻으로 알라의 관용과 자비를 강조한 것이라고 이슬람 학자들은 해석한다.
지난해 IS는 이라크 신자르산을 포위하고 소수민족인 야지디족을 학살하면서 여성들을 성노예로 삼았다. 그러면서 이슬람 율법에 허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역시 제멋대로 코란을 해석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적을 제압했을 때 포로로 취하라’는 내용과 ‘전리품은 허락된 좋은 것’이라는 내용, 또 무함마드가 노예를 거느렸다는 내용 등 코란 구절을 짜깁기해 확대해석했다는 것이다. 이들 구절에도 포로를 석방해주거나 보상금으로 속죄하라, 회개하고 예배를 드리며 이슬람세를 낼 때는 그들을 위해 길을 열어주라는 말이 함께 적혀 있으나 극단주의 세력들은 이를 애써 못 본 체한다.
지하드를 언급하는 다수의 내용도 무장단체들이 자주 이용한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절 중 하나인 9장5절을 보면 ‘금지된 달이 지나면 너희가 발견하는 불신자들마다 살해하고 그들을 포로로 잡거나 그들을 포위할 것…’이라고 적고 있다. 또 불신자에 대해 투쟁하라거나 그들의 목을 때리라는 등의 내용도 코란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들 내용 역시 현대의 시점으로 볼 때 전쟁을 부추기는 내용은 아니라고 이슬람계는 입을 모은다.
◆“믿음 강요 않는 평화의 종교”
대부분의 무슬림들은 이슬람교가 자비와 관용의 종교이며 코란 또한 평화를 지향한다고 말한다.
실제 코란에는 타 종교를 인정하는 구절이 등장한다. ‘너희에게는 너희의 종교가 있고 나에게는 나의 종교가 있을 뿐이라’(109장6절), ‘종교에는 강요가 없나니 진리는 암흑 속으로부터 구별되니라’(2장256절) 등이 그것이다. 또 ‘타인과 그리고 지상에 아무런 해악을 끼치지 아니한 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살해하는 것은 모든 백성을 살해하는 것과 같으며…’(5장32절), ‘적이 평화 쪽으로 기울인다면 그쪽으로 향하라…’(8장61절) 등 적개심을 멀리하고 평화를 추구하라는 구절도 나온다.
이슬람 학자들은 코란이 폭력적으로 해석되는 이유에 대해 코란이 작성될 당시의 시대상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직역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하버드대학 등에서 이슬람학을 강의하는 조셀린 세사리 박사는 “전통적인 이슬람 방식의 전쟁에는 무고한 주민이나 타종교의 성직자를 살해하면 안 되고 나무 하나까지도 파괴하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었다”며 “이 같은 당대의 문화를 무시하고 코란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랍어로 적힌 코란을 기타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오역된 것도 코란에 대한 오해를 불렀다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대표적인 예가 ‘지하드’를 성전(holy war)으로 번역해 무장단체의 테러를 거룩한 전쟁으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성전’이라는 영어 단어를 아랍어로 번역하면 ‘지하드’가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지하드를 당시의 시대상과 종교적 의미가 담긴 특수한 단어로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버나드 프레아몬 미국 시턴홀대학 교수는 “IS 등 무장단체들이 코란 구절을 인용해 폭력을 정당화·합리화하지만 이는 모든 무슬림에 대한 모독이며 이슬람 율법과 코란의 진의에 대한 왜곡”이라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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