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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보면 짜증·분노… '육아우울증' 방치 마세요

입력 : 2015-02-22 20:20:27 수정 : 2015-02-22 20: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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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조절 어렵고 불안감 시달려
엄마 우울증 아이까지 영향끼쳐
증상 심하면 항우울제 치료 가능
아빠 역할 중요… 부담 덜어줘야
첫아이를 낳은 지 반년이 다 돼가는 전업주부 이모(30)씨는 요즘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잦아졌다. 젖을 물려도, 기저귀를 갈아도 온 세상이 떠나가라고 우는 아기만 보면 짜증이 난다. 새벽부터 그칠 줄 모르는 아이 울음으로 잠을 설치고 나면 하루 종일 기운이 없다. 이씨는 “아기가 울 때 함께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한다.

출산 후 아이를 기르는 데서 비롯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초보 엄마가 많다. 핵가족이 보편화하면서 육아 경험이 풍부한 어른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진 게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육아 스트레스를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겨 방치하면 ‘육아우울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태(사진) 교수와 육아우울증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육아우울증은 전문적 의학용어는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를 가진 엄마들의 대화에서 자주 들리는 것처럼 육아우울증은 이제 분명한 문제가 됐습니다. 엄마의 우울증은 자신은 물론 아이에게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해요. 2013년 미국의학협회 학술지는 ‘어린 시절 엄마의 우울증에 노출된 아이들은 정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엄마와 아이 둘 다 울리는 육아우울증을 그냥 참고 넘겨선 안 돼요.”

김 교수에 따르면 육아우울증은 아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물론 다양한 신체적·심리적·환경적 이유로 발생한다. 아무래도 가족 등의 조력 없이 홀로 육아를 도맡는 경우, 자주 아프고 보채는 아이를 돌보는 경우, 육아 탓에 사회생활 등 다른 기회를 포기한 경우, 열등감이 심하고 부정적 성격인 경우 육아우울증이 발병하기 쉽다.

육아우울증의 대표적 증상은 감정 조절의 어려움, 불안감, 죄책감, 수면장애, 식욕저하 등이다. 김 교수는 “육아우울증이라고 해서 일반적 우울증 진단 기준과 다르지 않으므로 자가진단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우울증이 있다고 해서 모두 육아우울증으로 단정해선 곤란해요. 육아우울증과 비슷한 ‘산후우울증’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죠. 산후우울증이란 출산 후 4주일 이내에 시작한 우울증을 뜻합니다. 심한 경우 엄마와 아이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최근 부작용이 작은 항우울제가 개발됨에 따라 육아우울증도 이것으로 치료하는 게 가능해졌다. ‘써트랄린’, ‘파록세틴’ 등 항우울제는 모유를 먹는 아기의 혈중에서 검출되지 않아 비교적 안전하게 쓸 수 있다. 김 교수는 “흔히 엄마가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수유를 통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는 막연한 믿음이 있지만, 우울증 치료가 꼭 필요한 상황에서 적절한 항우울제를 적용하면 수유 중에도 부작용 없이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증상이 심각해지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병원에선 항우울제 처방 외에 개인, 부부, 또는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한 심리상담도 실시한다. 김 교수는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6개월가량 꾸준히 받는 게 좋다”고 권한다.

“무엇보다 엄마가 ‘내가 부족해 아이를 제대로 못 기른다’라는 죄책감을 갖지 말아야 합니다. 아빠의 역할도 매우 중요해요. 육아는 물론 집안 청소와 설거지 등 가사 분담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아내의 부담을 최대한 덜어줘야 해요. 가능하면 하루쯤 가족이나 지인한테 아기를 맡기고 엄마 혼자만의, 또는 부부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습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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