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자국 총리가 왜 그동안 미 의회 합동연설에 나서지 못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과거사를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2006년 합동연설을 추진했다가 미 의회로부터 거절당한 이유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였다. 아베 총리는 집권 이후 2년 동안 줄곧 과거사를 부정하는 언동을 되풀이하고 있다.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며 무라야마담화를 훼손하려 하고,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게 아니라 양국 정부 간 협의를 거쳐 조율된 외교적 타협의 산물”이라며 깎아내리고 있다. 역사의 시침을 거꾸로 돌려도 한참 뒤로 돌리고 있는 셈이다.
아베 총리 합동연설에 대한 미국 내 반응이 싸늘하다. 지한파인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은 “아베 총리가 연설하게 된다면 1930년부터 1945년까지의 기간에 조직적으로 소녀와 여성들을 납치한 사실을 인정하고, 일본 정부를 대신해 명백하게 사과하며, 역사적 책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한 퇴역군인단체는 미 의회에 서한을 보내 “아베 총리가 2차대전 중 일본이 저지른 잘못을 명확히 인정할 때에만 미 의회 연설을 승인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얼마 전 일본을 방문해 “역사를 똑바로 보라”고 했다. 국제사회가 일본에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다. 이제라도 일본은 달라져야 한다. 잘못된 과거사를 덧칠한다고 있었던 역사가 없어지고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는 것이 아니다.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은 일본의 부끄러운 과거사를 진심으로 사죄하고 반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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