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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참가자들은 개념을 바로 잡아주는 한편 근처 고고유적지와의 연계 등을 통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문화유산 보존·활용을 위한 지식, 재원, 인력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피지 관계자들은 조언을 듣고는 “한국이 최고”라고 ‘오버’(?)했다고 한다. 한국 참가자들은 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문화유산을 특정 국가 소유가 아닌 인류 전체가 공유하고 보존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확산함에 따라 공적개발원조(ODA)에서 문화유산 분야가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문화재재단이 보존·복원을 지원하는 라오스의 홍낭시다 유적 모습. 라오스가 황폐화한 유적을 복원할 능력이 없어 한국 등 각국에서 각종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
최근 한국문화재재단(재단)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위원회) 주최로 잇달아 열린 심포지엄과 세미나에서 발표된 내용을 종합하면 한국전통문화대학, 재단, 국립문화재연구소, 위원회 등은 문화유산 국제협력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기관이다. 문화재청, 외교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이들을 뒷받침하고, 외부전문기관들이 문화유산 실측, 지반조사, 복원추정도 작성 등을 맡는 형태로 진행된다. 영역이 분명하게 나뉜 건 아니지만 재단은 개도국의 세계유산 보존관리지원사업에,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보존 자문과 인력 양성 지원에, 위원회는 사업방향 자문과 인적 네트워크 교류에 강점을 가졌다.
위원회의 대표적인 사업이 개도국 유네스코 유산 등재 지원이다. 세계유산 등재가 저조한 국가의 관계자를 불러모아 세계유산 제도의 취지, 등재 추세, 등재 신청서 작성 방법 등을 알려준다. 등재 훈련을 위한 워크숍은 2009년 이후 여러 차례 개최됐다. 참가국 중 피지, 베트남 등 5개국이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위원회 김귀배 문화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구체적인 준비 절차 등을 알려주고 해당 국가가 가진 유산의 장·단점을 스스로 찾아내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재단은 해외 문화재 보존복원 사업에 사상 처음으로 ODA 자금이 투입되는 캄보디아 프레아피투 사원의 보존 사업을 3년간 400만달러를 들여 진행한다. 보존·복원을 위한 기초조사와 보존처리, 복원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미얀마의 바간유적, 라오스의 홍낭시다 유적 보존·복원 사업도 진행 중이다.
한국 전문가들이 라오스 홍낭시다 유적의 보존·복원을 위해 기초작업을 하는 모습.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
최근 몇년 새 해외 문화유산 지원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기관별 각개약진에 따른 비효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체적인 틀 속에서 각 기관의 분업을 조정하고,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한 협업을 유도할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열린 위원회 주최 세미나에서 건국대 김숙진 교수는 “이원화된 현재의 구조는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효율성과 지속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문화유산 분야에서도 사업의 중복성이 큰 문제점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문화유산 국제협력에서 기관별로 뚜렷한 사업 유형의 특색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여러 기관들이 자체적으로 각각 사업을 발굴해 추진한 결과”라고 밝혔다. 서울대 김태균 교수는 “각 원조기관의 조율 없이 유산 보존 지역을 임의로 설정하거나 경쟁적으로 유치할 경우 정책 간의 연계 및 체계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재단의 김광희 국제교류팀장도 “정보공유 부족으로 지방자치단체, 기관 간 중복 사업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자체, 기업, 국공립기관에서 진행 중인 ODA사업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총리실이 조정 작업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각 기관 사업을 적절하게 묶어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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