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는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자가 격리 중이던 2명의 감염 의심자를 국가지정격리병상으로 옮긴 뒤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해 유전자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의심자 2명이 추가로 발생한 26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관광객이 마스크를 쓴 채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
메르스 감염자가 4명으로 늘어난 데 더해 감염 의심자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중동 파견을 앞둔 업체 직원들 사이에서도 두려움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작 현지 체류자들을 위한 정부나 파견 기업 측의 제대로 된 안전 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날 국내 한 대기업의 엔지니어링 파트에 근무하는 이모(30)씨는 해외출장이 잦은 팀원들이 중동 출장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씨는 “현 정부가 중동을 강조하면서 회사의 중동 수주 사업이 늘어나 많은 직원을 파견하고 있지만 사측에서 메르스에 대비하는 움직임은 따로 없다”며 “직원들의 우려에도 환자가 발생할 때까지 회사는 개의치 않을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아버지의 사우디아라비아 출장을 앞두고 있는 배모(26)씨는 “에볼라만큼 위험한 질병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지만 출장이 취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집계된 전체 메르스 발생 건수의 90%가 발생한 지역으로, 지금도 전역에서 산발적으로 메르스가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메르스 환자의 국내 유입이 예견된 것이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역에서 파견근무를 마친 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출국해 지난 1일 오전 6시에 한국으로 들어온 강모(30)씨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으로 오는 직항이 이틀에 한 번 오전 6시에 있는데,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검사를 하는 직원을 본 적이 없다”며 “(사우디) 현지에서는 이미 1년 전부터 메르스가 문제가 됐는데도 매번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라크에 1년6개월째 파견 중인 강모(29)씨는 “메르스 국내환자 발생에도 외교부나 보건당국에서 현지 체류 중인 자국민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는 등 조치가 없다”며 “감염자가 발생한 뒤 격리 조치를 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메르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전달해 국민 스스로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수의대)는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을 때는 보건당국이 우왕좌왕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나가고 있다”면서도 “다만 질병관리본부 등이 나서서 발병 지역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예방법을 전파하고 주의를 당부하는 등의 조치는 선제적으로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병욱·이재호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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