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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현대인들의 삶…허기와 마음 달래주다

입력 : 2015-06-10 21:01:44 수정 : 2015-06-10 21: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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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아베 야로 원작 만화 영화화

‘심야식당’은 늦은 밤 문을 여는 선술집과 손님들의 사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의 마음을 달래준다.
영화 ‘심야식당’은 삶이 허전한 현대인들이 어떻게 마음을 채워가는지를 이야기한다.

도쿄의 번화가 뒷골목, 조용히 자리 잡고 있는 작은 선술집 ‘심야식당’.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영업한다. 얼굴에 칼자국이 나 있는 주인장 ‘마스터’(고바야시 가오루)는 과거를 알 수 없는 남자다. 메뉴는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과 맥주, 사케뿐이지만 마스터는 찾아온 손님이 원할 경우 무엇이든 만들어준다. 허기와 마음을 달래주는 음식이다. 정성을 담은 음식은 사람을 치유하기 때문이다. 힘든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스터는 친구이자 인생의 선배다. 마스터는 가만히 손님의 이야기를 들을 뿐 간섭하거나 다가가지 않는다. 스크린에 드러나지 않는 그의 일상은 관객의 다양한 해석을 부른다.

손님들의 사연을 음식을 통해 풀어내는 아베 야로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만화 ‘심야식당’이 원작이다. 드라마로도 3시즌에 걸쳐 만들어진 데 이어 영화로 제작됐다. 30부작 드라마를 거친 덕에 보다 숙성된 영화가 나올 수 있었다.

고바야시 가오루는 드라마부터 영화까지 6년에 걸쳐 심야식당의 ‘마스터’ 자리를 한결같이 지키고 있다.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와 부드러운 인상, 고요한 카리스마를 지닌 그는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투닥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말 대신 정갈한 요리로 말을 건네는 ‘마스터’의 모습과 딱 맞아떨어진다.

단골손님들이 나누는 시시콜콜한 잡담을 통해 일상 속 우리들의 인생을 투영해내는 영화는 ‘나폴리탄’, ‘마밥’, ‘카레라이스’를 소재로 한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각각의 음식이 사랑, 향수, 감사의 감정을 전하는 매개체로 사용된다.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에 두 번이나 실패한 다마코(다카오카 사키)와 순수한 청년 하지메의 사랑은 나폴리탄이, 힘든 도시 생활을 살아가는 미치루(다베 미카코)에게는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해준 마밥이, 그리고 카레라이스는 포기하려던 인생을 구원해준 사람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등장하는 음식들은 가정에서 쉽게 따라 만들 수 있는 것들이다. 음식을 다룬 영화가 보여주던 요리 대결이 아닌 우리가 평소에 즐겨 먹는 음식이 주는 위로와 공감의 힘을 여실히 드러낸다.

도쿄 전경을 비추는 영상도 아름답다. 도시 모습을 보여주는 드라마 ‘심야식당’의 오프닝 시퀀스를 영화 ‘심야식당’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 전경과는 반대로 ‘심야식당’을 오롯이 보여주는 정지된 장면은 식당이 위치한 골목길이 여유와 위안의 장소임을 알게 한다. 골목길은 정서를 어루만지는 공간이다. 등장 인물들은 구석진 골목길이 결국 하나로 이어지듯, 서로를 점차 알아가게 된다. 정말 이런 심야식당이 있다면 드르륵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 위안받고 싶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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