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일본에서 콘서트를 마치고 귀국한 한지상(왼쪽)은 “한국 뮤지컬 배우로서 내 얘기를 들려줄 수 있겠다 싶을 만큼의 최소한 자격을 갖춘 것일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휴학생인 최재림은 “하반기에 잡힌 공연 일정 탓에 휴학을 연장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서상배 선임기자 |
“정말 힘든 작품이에요. 잔인하게 배우를 몰아붙이고 소진시키죠.”(한)
“오프닝 곡이 그렇게 힘들더라고요. 첫 장을 여는 곡이기에 책임질 부분이 많아요. 그 곡을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인물이 정해져버리니.”(최)
‘슈퍼스타’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가 20대에 만든 걸작 록 뮤지컬이다.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리기까지 일주일의 시간을 그렸다. 한지상은 2013년 공연한 이 작품에서 같은 역할을 먼저 맡았다. 그의 소름 돋는 열창은 바로 화제가 됐다. 당시 이 공연을 본 최재림은 ‘나도 하고 싶다’는 마음을 키웠다. 한지상은 “유다는 지저스(예수)에게 할 말이 엄청 많은 사람”이라며 “2년 전에는 이걸 직접적으로 토해냈는데 지금은 정말 중요한 말이기에 아껴놨다가 적재적소에 말하는 식으로 표현한다”고 했다.
“2013년에 ‘지상이 형은 유다다’ 이러면서 공연을 봤어요. 올해 형의 유다에는 고독함이 있어요. 고독하기에 그 안에 잠겨 있는 슬픔이 더 짙어요. 2막에서 이게 조금씩 배어나오는데 그 지점이 참 가슴 아파요. 이 친구는 저 고민을 혼자 하면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누구에게 저 고민을 다 털어놓을까 싶더라고요.”(최)
“재림이의 유다는 혁명가 기질이 강해요. 인본주의가 있어요. 지저스에게 인간의 길에 대해 말하죠. 말 그대로 ‘혁명’이란 단어를 상기시키는 재림이 특유의 섹시함이 나오는 유다 같아요. 음악적으로는 워낙 잘해서 제가 논할 필요가 없어요.”(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배우 한지상(왼쪽)과 최재림이 유다 역으로 열연하고 있다. 클립서비스 제공 |
가창력 얘기가 나오자 최재림은 “넘버 소화 등 테크닉도 굉장히 중요한데, 본질적으로 들어가면 배우에게는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그 인물의 마음으로 무대 위에 존재하느냐가 제일 큰 과제”라며 “테크닉은 시간을 많이 들이고 연습하면 누구나 다 된다”고 단언했다. 연습하면 된다지만, 이 작품에는 오선지를 벗어나는 고음이 유독 많다. 하늘을 찌를 듯한 고음은 전율을 안겨준다. 동시에 의문이 든다. 혹시 ‘고음을 위한 고음’은 아닐까.
“뮤지컬에서는 노래라고 하지 않고 ‘넘버’라고 불러요.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게 극의 연속이기 때문이에요. 대사가 발전해 노래로 이어지는 거죠. 사랑한다고 백번 말해도 상대가 못 알아들으니 다른 방법으로 말하는 거예요. 듣기 좋고 멋있으라고 고음을 올리는 게 아니에요. 그 지점에서 감정이 그만큼 커져 있는 거죠. 오페라 ‘라보엠’이나 ‘투란도트’의 아리아도 가사를 분석하다보면 벅차오르는 정서를 전달하기 위해 그 정도 고음을 쓴 게 보여요.”(최)
“이 작품에 고음이 많은 건 지저스와 유다가 그 정도로 극한의 상황이라는 거죠. 또, 고음은 큰 에너지잖아요. 음이란 에너지를 놓고 봤을 때 더 높이 있는 음이 더 큰 에너지로 들리죠. 이런 에너지를 원하는 우리의 민족성도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화끈한 거죠.”(한)
이 작품의 에너지는 배우에게 미적지근함을 허용하지 않는다. 숨 쉴 틈도 주지 않으려는 듯 보인다. 그럼에도 이들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듯 무대에서 온 힘을 쏟는다. 이 힘든 작품에서 최재림은 유다에 이어 지저스 역까지 맡게 됐다. 9월 5, 6, 12일 지저스로 무대에 선다. 최재림은 이미 오디션에서 유다와 지저스의 대표 넘버를 완벽히 소화해보였다. 왜 두 역할을 다 불렀느냐고 묻자 그는 “두 개 다 준비해오라고 해서”라고 간단히 답했다.
“다행히 그나마 귀가 좋아서 노래를 금방금방 배운다”는 최재림이지만, 그에게도 두 역할을 모두 소화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는 “한 공연에서 배역 하나를 완벽하게 구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며 “공연 끝날 때까지 그 배역을 계속 구축해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다를 준비한 것처럼 이제 또 처음부터 해야죠. 지저스의 노래를 연습하고 무대를 밟아보고 다른 배우들과 부딪치며 어떤 마음일까 생각하고 그간 제가 유다를 하며 본 지저스의 모습을 투영하고.”
옆에서 듣던 한지상이 다시 목소리에 힘을 준다. “지저스와 유다를 모두 소화하는 건 대단한 일입니다. 꼭 강조해서 써줘야 해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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