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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에 그친 '공무원 차등 성과금'] "나눠먹기 땐 전액 환수"… 엄포만 요란

입력 : 2015-09-15 20:10:11 수정 : 2015-09-15 21: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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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차등 성과금' 엉터리 정부 개선안
공무원 성과상여금(성과금)이 나오는 매년 3, 4월이 되면 공직사회가 술렁인다. S와 A 등급을 받은 공무원이나 B와 C 등급인 공무원 모두 마음이 편하지 않다. S, A 등급자는 공무원노조나 실·국의 서무에게 기준액의 차액만큼을 반납해야 해 쓴웃음만 짓는다. B, C 등급자는 올해도 예전처럼 균등분배가 제대로 될지 속이 타들어 간다.

공직사회에서 이런 씁쓸한 풍경은 16년째 이어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는 지난 3월 광주 서구에서 나눠먹기(균등분배) 문제로 단체장과 노조의 갈등이 불거지자 제도 개선에 들어갔다. 하지만 적발될 경우 제재만 강화할 뿐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나눠먹기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내놓은 대책으로 ‘엄포용’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성과가 아닌 연공서열로 평가

성과금을 받는 상당수 공무원은 평가방법을 신뢰하지 않는다. 성과금 평가 대상은 5급 이하 공무원이다. 전년도 12월31일을 기준으로 이전 1년간 추진한 업무실적을 평가해 S-A-B-C 4등급으로 나눠 상과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대부분 지자체는 근무평정 70%와 부서장 평가 30%를 반영해 등급을 매긴다.

문제는 실적과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공무원 조직은 대개 실-국-과-계(팀) 단위로 구성돼 서로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다. 더욱이 민원실처럼 계량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부서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특별한 성과를 낼 수 없는 조직이 대부분이어서 평가와 등급을 매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지자체들이 편의주의에 따라 연공서열로 평가하고 있다. 평가 대상 대부분이 특별한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억지로 평가하다보니 근무를 오래한 순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부서장이 평가할 때 직전에 승진했거나 연공서열을 따지는 게 관행으로 돼 있다. 정량적 평가보다는 부서장의 정성적 평가가 등급을 좌우하고 있는 셈이다.

성과금 평가에서 지난해 S등급을 받은 대전시 A공무원은 올해 B등급으로 떨어졌다. 휴직이나 파견, 전출 직원들이 C등급을 받는 점을 감안하면 이 공무원은 사실상 최하위 등급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A 공무원은 “전년도에 승진했다는 이유로 낮은 등급을 주는 게 관행이라 불만은 없다”면서도 “다른 동료보다 투자유치 등 성과를 냈는 데도 성과금 평가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편의주의적인 평가 방법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성과금 나눠먹기를 막을 수 없다는 게 일선 지자체의 반응이다. 나눠먹기를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상과금을 받은 공무원들이 자신의 등급 평가를 수긍할 때 가능하다.

현재의 평가 방법으로는 강력한 제재가 나와도 성과금 제도 정착이 어렵다. 전북의 한 지자체 공무원은 “정량과 정성 성과금 평가지표 중 정량지표만 평가해 하위등급을 받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어 “내년에는 실·국의 균등분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동료 직원들의 따가운 시선을 어떻게 처리할지 걱정부터 앞선다고 말했다.

◆행자부, 적발되면 전액환수 엄포만


지난 3월 광주 서구에서 상과금 나눠먹기가 불거진 것을 계기로 행자부가 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지난 6월 대전에서 전국 시·도 성과금 업무담당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논의한 대책을 보면 상당 부분이 뻔한 내용들이다. 대책은 위법적 행위의 지속적인 지도점검과 부당지급 금지규정의 상향 입법화, 적발시 제재 강화 등이 골자다.

매년 1회 행자부 관련 부서가 정기점검을 하고 정부합동감사의 필수점검 대상에 상과금 나눠먹기 여부 등을 포함했다. 하지만 아무리 감사를 강화해도 지자체와 공무원 노조가 사실을 숨길 경우 나눠먹기를 적발하기는 쉽지 않아 속빈 대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행자부는 나눠먹기를 금지하는 규정을 대통령령에 신설해 제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지방공무원 보수업무 등 처리지침으로 나눠먹기를 금지해 이를 어겨도 자체 징계를 내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통령령인 ‘지방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으로 한 단계 강화되면 나눠먹기 적발 시 형사고발도 가능하다. 나눠먹기 금지를 법령으로 정해 공무원노조 등에서 제기했던 위법 논란을 해소할 방침이다. 이 대통령령은 빠르면 이달 중 시행될 예정이다.

행자부는 위법 적발 시 해당 공무원에게 부정지급된 성과금을 전액 환수하기로 했다. 다음 연도에는 성과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세웠다. 또 부당지급 지자체는 기관경고와 함께 행·재정적 불이익을 주는 등 제재를 한층 강화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강력한 제재 방안도 지자체 실·국에서 이뤄지는 성과금 나눠먹기를 막지 못한다는 게 공무원들의 반응이다. 대부분이 사후약방문 성격의 제재 방안들로, 실제 나눠먹기 예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북도의 한 공무원은 “행자부가 서면조사로만 실태를 파악하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겠느냐”며 “이번 개선책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행자부의 제도개선안이 성과금 나눠먹기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 없이 나와 엉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은 개인 통장으로 성과금을 등급에 따라 지급한 이후 기준액 차액만큼 거둬들여 다시 분배하는 등 교묘하게 균등분배을 하고 있다. 이를 근본적으로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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