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명 예비역 대령이 의족에 의지해 마운드를 향해 걸어왔다. 박수로 반기는 팬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한 그는 삼성 포수 이지영을 향해 정확하게 공을 던졌다. 야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박수 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 대령은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 시구자로 나섰다. 여느 연예인들의 시구과 비교해 의미가 컸다. 가을 야구 최고의 축제에 걸맞은 시구였다.
이 대령은 2000년 6월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 수색 정찰 중 부상당한 후임을 구하려다 지뢰를 밟아 두 다리가 모두 절단됐다. 그는 큰 부상을 당하고도 현장에 들어오려는 부하 장병을 막고 포복자세로 후임을 부축해 진한 감동을 안겼다.
이 대령은 37년간 군 복무에 헌신하다 최근 전역했으며 사고 당시 남긴 “위험하니 들어오지 마라, 내가 가겠다”는 말은 군가와 뮤지컬로도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테마를 정해 행사를 준비했다. 1차전의 테마는 국가 안보였다. 이 대령이 시구를 했고, 한류 열풍을 주도한 인기그룹 JYJ에서 활동하던 김재중 일병이 애국가를 불렀다. 또한 제2작전사령부 예하부대 모범 장병 100여명과 함께 육군 50사단장, 인사처장 등이 경기장을 찾았고 지난 8월 비무장지대 목함 지뢰 폭발 당시 수색 작전 근무에 나섰던 7명의 장병도 KBO의 초청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대구=유해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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