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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의 '스피드배구', V-리그를 뒤흔들다

입력 : 2015-10-29 15:28:25 수정 : 2015-10-29 15: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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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경험이 전무한 신임 30대 사령탑의 단순한 호기가 결코 아니었다. 남자 프로배구 최태웅(39) 감독이 올 시즌 야심차게 공언한 ‘스피드배구’가 경기를 거듭할수록 완전체로 진화하고 있다.

스피드 배구의 핵심은 코트 위 여섯 명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세터와 리베로를 제외한 4명의 공격수와 전위와 후위를 가리지 않고 공격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최 감독은 “스피드배구란 단순히 세터의 빠른 토스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팀 전원이 공격과 수비 때 자신의 맡은 부분에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사진제공: 발리볼코리아닷컴
사실 최 감독 이전에도 스피드 배구를 시도했던 감독들은 많았다. 그러나 수비형 레프트라 불리는 윙 리시버에게 공격은 거의 시키지 않고 리시브를 전담시키고, 공격은 외국인 선수와 토종 주포 1명에게 몰아주는 V-리그 시스템에선 제대로 된 스피드 배구를 구사하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 감독은 비 시즌간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스피드 배구를 밀어붙였다.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우리의 시도가 V-리그는 물론 세계배구의 흐름에 뒤떨어진 국가대표팀도 바꿀 수 있다’며 동기부여하며 전체적인 체질 개선을 꾀했다. 경기 중에도 한 손에 태블릿PC를 들고 수시로 들여다보며 선수들에게 즉각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팀 훈련 땐 30분 간 코칭스태프의 별도 지시 없이 선수들끼리 자율적인 대화를 통해 스스로 패턴 플레이를 만들도록 환경도 만들어줬다. 이러한 최 감독의 신선한 시도들이 빛을 보는 모양새다.

28일 수원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경기는 최 감독의 스피드배구가 점점 완전체로 진화하고 있음을 증명한 경기였다. 이날 현대캐피탈은 2년차 세터 노재욱의 조율 아래 공격수 전원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보다 확률 높은 공격방법을 모색했다. 그 결과 ‘쌍포’ 문성민과 오레올이 각각 70.38%, 75%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19점, 18점을 올렸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한국전력을 3-0(25-16 25-17 25-17)으로 셧아웃시켰다. 세트별 점수 차에서 볼 수 있듯 큰 위기 상황도 없었다. 한국전력의 신영철 감독 조차 “이길래야 이길 수가 없는 경기였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을 정도였다. 승점 3을 추가한 현대캐피탈은 4승1패(승점 11)로 OK저축은행(승점 12·4승1패)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경기 뒤 최 감독도 “오늘 경기는 200점을 주고 싶을 정도로 완벽한 경기다.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흡족함을 드러냈다. 이어 “선수들의 배구 이해도가 많이 올라온 것 같다.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망설이는 모습이 많이 보였는데, 오늘은 내가 구현하고자 했던 스피드배구를 100% 보여줬다”면서 스피드 배구가 점점 진화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현대캐피탈은 31일 '디펜딩 챔피언‘ OK저축은행을 상대한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면 선두로 뛰어오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러나 최 감독은 “한 수 배우러 갈 생각이다.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경기에 임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이어 “지금 보여주고 있는 우리 배구가 2라운드 땐 상대팀에게 분명히 패턴이나 공격 스타일 등이 읽힐 것”이라면서 “프로 5년차 이상의 세터들이라면 상대에게 읽힐 것을 예상해 스스로 준비하긴 하지만, 우리 팀의 노재욱이나 이승원은 이제 2년차라 코칭스태프가 좀 도와줘야 한다. 세터들을 도와 더 다양한 패턴의 배구를 선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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